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주식·파생상품 등 '모든 자산의 토큰화'를 통해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현물 거래 중심의 서비스에 치중된 국내 거래소들의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다.
자산토큰화로 거래소 업계 재편, 코인베이스·로빈후드 두각
6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최근 주식, 파생상품 등 RWA를 모두 토큰화한 통합 거래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공식화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1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협의를 거쳐 토큰화 주식 서비스 개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코인베이스는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벗어나 전통 증권사와도 경쟁 국면에 돌입했다. 해당 서비스가 SEC의 승인을 거치면 코인베이스 이용자는 코인을 비롯해 실물 주식, 파생상품, 예측시장까지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자산의 토큰화'는 현재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추세로 자리 잡았다.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지난 6월부터 200개가 넘는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화해 유럽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주식 토큰화 서비스는 로빈후드가 유럽의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에 유럽 투자자들은 주 5일 동안 24시간 내내 토큰화된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을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다. 이 서비스 개시 이후 로빈후드 주가는 단기 10% 가까이 급등했고, 올해 초 대비 160% 상승했다.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도 로빈후드의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하며 고공행진 중인 상황이다.
도태되는 국내 거래소···글로벌 점유율 10% 밑돌아
새로운 파생상품 출시와 RWA의 토큰화가 향후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현행 국내 거래소는 여전히 현물 거래 단계에만 머물러 있는 탓이다. 당장 자산의 토큰화 논의는 뒷전인 데다 신상품 출시에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4일 더블록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현물 거래대금은 총 1조7700억 달러(약 2450조원)로 집계됐다. 지난달 국내 5대 거래소의 총 거래금액은 1629억8893만 달러(약 225조원)에 그쳤다. 올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전 세계 시장에서 10%의 점유율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들은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신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지난달 업비트와 빗썸은 동시에 코인 대여(렌딩)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최대 4배의 레버리지를 적용한 상품으로 비트코인·테더(USDT) 등 주요 자산을 렌딩하는 방식의 마진거래 서비스다.
그림자 규제 이어가는 당국···미온적 대처에 업계 불만 고조
하지만 금융당국은 고위험 서비스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 해당 서비스 중단을 권고하면서 일시 중단됐다.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대여 서비스,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규제 방침 마련에 나섰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그림자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 협의해야 할 규제 현안들이 밀리면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면피용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인베이스도 과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의 협의 끝에 마진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명확한 규제가 확립되면서 나온 사례"라며 "현재 코인베이스는 오히려 선물·파생상품을 비롯해 무기한 선물 상품 등 다양한 거래 옵션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렌딩 서비스 출시에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한 것은 사실"이라며 "빠르면 차주에 TF 1차 회의가 열릴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의 기조대로 서비스는 당분간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