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체들이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수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자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 인력도 충원하면서 첨단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출용 무기체계 개발과 함께 첨단 무기체계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 올해 상반기 R&D 투자액은 60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907억 원보다 114억 원(1.9%)이 증가했다.

◆R&D 투자 확대로 K-방산 기술력 강화
업체별로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 상반기 3510억 원을 R&D에 투자하면서 가장 많은 금액을 집행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시큐리티, 산업용장비 사업이 빠지면서 지난해 상반기 4007억 원보다 497억 원(12.4%) 감소했으나 여전히 R&D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높은 수준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 현대로템은 1100억 원을 투입해 전년 동기 879억 원보다 221억 원(25.1%)이 늘어났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상반기 R&D 투자액이 988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742억 원보다 246억 원(33.2%) 증가했다.
LIG넥스원 역시 423억 원을 투자했으며, 전년 동기 279억 원보다 144억 원(51.6%) 증가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방산 빅4 중 LIG넥스원이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방산기업들이 R&D 투자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수출 경쟁력 확보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각국의 운용 환경과 요구 조건에 맞춘 맞춤형 무기체계 개발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기술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로템은 폴란드 맞춤형 K2PL 모델 개발을 통해 약 9조 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계약한 모델은 적군의 대전차 유도 미사일과 드론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 가능한 하드킬 방식의 능동방호장치(APS)와 전파를 교란해 드론의 정상 가동을 막는 드론 재머(ADS)를 탑재했다. 또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성능이 개선된 특수 장갑도 적용해 성능을 대폭 높였다.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을 통한 시장 선점 의지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현대전에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기술 중심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무기체계에 AI 기술 탑재는 물론 인원을 줄이면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춰 차세대 전투기, 무인 항공기, 다목적 무인차량 등 무인 무기체계도 개발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며 “방산 선진국들이 첨단 기술력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만큼 K-방산도 그 흐름을 따라가야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인력도 충원…앞으로도 투자 이어진다
방산업체들의 인력 확보 움직임에서도 R&D에 대한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기술 경쟁력 확보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연구개발 인력이 3028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2680명보다 348명이 늘어났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말 기준 연구개발 인력 1017명으로 집계돼 1년 전 917명에 비해 100명이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도 연구개발 인력을 꾸준히 충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방산업체들의 R&D 투자 확대와 인력 확보 움직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에서도 방산 분야 R&D 예산을 늘리기로 하면서 시너지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내년 방산 R&D 예산을 3조9000억 원으로 책정했으며, 이는 올해보다 25.3% 늘어난 수치다. 이를 통해 K-9 자주포 성능 고도화 등 전략수출산업 육성과 신기술 접목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R&D 예산을 늘려주면 기업들도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유인이 된다”며 “우리나라의 국방력 강화는 물론 수출 확대를 통한 K-방산 성장을 이어가려면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