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심장은 그저 일정한 박자를 지켜 움직이는 기계적 펌프가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어야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 순간 박동 간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 미세한 변동 속에 우리 몸의 긴장과 이완, 회복력과 적응력이 숨어 있으며, 이를 수치로 드러낸 것이 바로 심박변이도, HRV(Heart Rate Variability)이다.
HRV의 배경에는 자율신경계라는 섬세한 조절 장치가 있다. 교감신경은 긴장하거나 흥분할 때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부교감신경은 반대로 몸을 안정시킬 때 맥박을 늦춘다. 두 신경이 균형을 이루며 서로 밀고 당기듯 작용하기 때문에 심장은 절대 일정한 리듬만을 반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한 사람일수록 심장 박동 간격이 더 많이 흔들리는데, 이는 자율신경계가 외부 환경과 내적 조건에 능숙하게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호흡은 이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숨을 들이쉴 때 심박수가 빨라지고 내쉴 때는 느려지는데, 이를 호흡성 부정맥(RSA)이라고 한다. 호흡에 따라 미주신경의 활성이 바뀌면서 심장의 리듬이 흔들리는 것이다. 여기에 혈압의 순간적 변화를 조절하는 압반사까지 더해져, 심박변이도는 단순히 심장만의 일이 아니라 호흡과 혈압, 신경이 어우러진 생리적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이 변화를 포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심전도(ECG)로 R파 간격을 재거나, 손가락 끝에 센서를 끼워 광용적맥파(PPG)를 측정하면 된다. 이후에는 세 가지 방식으로 데이터를 해석한다. 먼저 시간 영역 분석은 전체 박동 간격의 변동성을 통계적으로 계산해 자율신경의 활동성을 가늠한다.
주파수 영역 분석은 파동을 주파수별로 나눠서 고주파는 부교감, 저주파는 교감과 부교감이 섞인 신호로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비선형 분석은 HRV가 단순한 직선적 패턴이 아니라 복잡한 리듬을 지닌다는 점에 착안해, 카오스 이론이나 프랙탈 기법을 활용한다. HRV의 정상 범위는 개인마다 다르며, 건강한 성인의 평균 범위는 약 19–75ms 정도로 보고된 바 있다.
그렇다면 HRV가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일반적으로 HRV가 높다는 것은 몸이 스트레스에 잘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HRV가 낮으면 피로와 긴장, 만성질환, 심지어 우울감과도 연결된다. 실제로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 예측이나 당뇨병, 만성 피로 증후군의 상태 평가에서 HRV는 중요한 지표로 쓰인다. 요즘은 일상 관리에도 활용된다. 규칙적인 운동, 깊고 느린 호흡, 충분한 수면이 HRV를 높여 주며, 커피나 술을 절제하는 생활 습관도 도움이 된다.
HRV는 병원 진단을 넘어 원예치료, 치유농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활용되고 있다. 텃밭을 가꾸거나 꽃을 돌보고, 숲길을 걷는 활동 전후로 HRV를 측정하면 참가자가 얼마나 긴장을 풀었고 회복력을 되찾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유농업에서 HRV를 활용하면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고령자 돌봄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으로 치유농업을 확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심박변이도는 우리 몸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정밀한 나침반이다. 심장이 규칙적으로만 뛴다면 그것은 오히려 위기 신호일 수 있다. 규칙성과 불규칙성이 조화를 이루는 변동성 속에 건강의 비밀이 숨어 있다. 치유농업은 그 변동성을 회복시키는 자연의 무대이고, HRV는 그 효과를 기록하는 객관적 언어다. 심장은 단순한 생명의 엔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며, HRV는 그 거울에 비친 인간 생리의 섬세한 리듬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김현주. 2025. 심박변이도, 생리학적 관찰에서 치유농업까지.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9.8).
김현주. 2025. 치유농업 현장에서 HRV 기반 스트레스 모니터링.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 칼럼(2025.9.3).
Rhie, J.B. et al. 2017. Effects of horticulture activity program on heart rate variability of white-collar workers. 35(6):8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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