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31일(현지 시간) "유럽이 2026년 평화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서는 유럽의 이익을 더욱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갈수록 커지는 서방에 대한 위협,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과의 관계 변화 등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제기되는 심각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보다 결연하게 유럽의 가치와 주장을 밀어붙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유럽의 문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전쟁이 대륙의 자유와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의 침략은 유럽 전체를 겨냥한 계획의 일부였고 지금도 그렇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매일같이 사보타주와 첩보 활동, 사이버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메르츠 총리는 또 "글로벌 경제에서의 보호무역주의가 또 다른 도전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유럽이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구조가 점점 더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승리한 뒤 5월에 총리에 오른 메르츠는 집권 이후 국방과 인프라 분야에 전례없는 규모의 대대적인 예산 집행을 주도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국방비로만 총 6500억 유로(약 1127조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메르츠는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14일 하원 연설에서 "독일군을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정규군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취임 이후 메르츠 총리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유럽의 노력을 주도해 왔다"며 "독일은 더 큰 책임을 맡을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국방비 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활력을 잃고 있는 경제를 되살리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출 중심의 경제를 구축해 온 독일은 오랫동안 국내 개혁과 투자가 실종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24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025년에도 성장률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수출 중심 경제를 되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은 글로벌 무역 긴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영향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르츠 총리는 유럽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도 큰 도전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오랫동안 독일과 유럽 안보의 신뢰할 만한 보장자였던 미국과의 파트너십이 한층 어려워졌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이익을 훨씬 더 강력하게 방어하고 주장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감을 바탕으로 행동해야 하며 스스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면서 "2026년은 독일과 유럽 모두에게 결정적인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유럽이 수십년간 이어져 온 평화와 자유, 번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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