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의 '로봇 두뇌'가 깨어난다...휴머노이드 로봇 본격 개발

2025-05-02

보행·조작·이해 능력 갖춘 로봇 개발 착수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전략 본격화

미래로봇추진단 출범 후 첫 인재 채용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삼성전자가 사람처럼 걷고, 손을 쓰고, 말귀를 알아듣는 '지능형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미래로봇추진단 출범 이후 첫 인재 채용에 나선 삼성전자는 보행·조작·이해 등 인간형 로봇 구현의 핵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성장 전략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 '로봇용 GPT'로 휴머노이드 시장 도전장

2일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의 인재 채용 공고에서 로봇 사업의 큰 그림이 드러났다. 미래로봇추진단의 인재 모집은 지난해 말 출범 이후 처음이다. 미래로봇추진단 핵심 인력의 근무지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서울R&D캠퍼스다.

삼성은 크게 세 분야에서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 ▲두 발로 걷는 보행 기술과 전신 제어 ▲로봇 손과 팔의 정밀 조작 기술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RFM, Robot Foundation Model) 개발이다.

우선 '보행전신제어' 부문에서는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걷고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기술이 핵심이다. 단순한 보행을 넘어, 카메라 같은 센서로 주변을 인지하고 상황에 맞춰 보행 패턴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까지 포함된다. 여기에 전신을 활용한 작업 동작까지 구현한다.

두 번째는 '조작(Manipulation)' 기술이다. 로봇 팔과 손이 고속 조립이나 도구 사용처럼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양팔 로봇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사람의 동작을 모방해 학습하는 알고리즘도 개발 대상이다.

세 번째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다. 최근 생성형 AI에서 주목받는 대형 언어 모델(LLM)을 로봇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사람이 '책을 책상 위에 올려줘'라고 말하면, 로봇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실제로 팔을 움직여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연어·영상 등 다양한 입력을 처리하는 멀티모달 모델과 사전학습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눈에 띄는 점은 세 부문 모두 가상 시뮬레이션과 실제 로봇을 연동해 학습시키는 'sim-to-real(Simulation to Reality)'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실에서 데이터 수집과 테스트가 어려운 로봇 개발 특성을 반영한 전략으로, 빠른 개발과 안정적 성능 확보에 효과적이다.

◆테슬라 '옵티머스'·현대차 '아틀라스'와 경쟁

"삼성전자가 '전신', '조작', '지능' 세 요소를 통합해 개발에 나선 것은 단순한 로봇이 아니라 사람과 유사한 범용 AI 로봇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처럼,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범용 로봇 플랫폼을 구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말 국내 대표 로봇 전문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 멤버이자 카이스트 명예교수인 오준호 교수가 단장을 맡아 미래 로봇 개발 사업에 힘을 낸다.

특히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채용으로 보행 제어, 정밀 조작, AI 기반 의사결정 등 핵심 기술 분야 인재를 모집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이미 갖추고 있는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은 제조, 물류 등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에 이어 로봇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하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삼성의 로봇 전략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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