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에 우회적으로 불만 표현
“긴밀한 협의 통해 제도 개선 추진”
‘노조원 자녀 우선 채용권’도 거론
“노동자 측 과도한 주장 자제돼야”

이재명 대통령은 9일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현지 투자를 한 한국 기업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체포·구금을 두고 미국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구금 사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우리 국민들이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며 “갑작스러운 일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관계부처는 모든 분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상황을 세심하게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실질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상호 신뢰와 동맹 정신에 따라 교섭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노동조합 조합원 자녀의 우선 채용권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극히 일부 사례라고 믿겠지만 최근에 노동조합원 자녀에게 우선채용권을 부여하자고 하다가 말았다는 논란을 보도에서 본 일이 있다. 이래선 안 되겠죠”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 경쟁은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 분야, 특히 취업 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필수”라며 “(노동) 현장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힘이 있다고 현직 노조원 자녀를 특채하라고 해서 그걸 규정으로 만들면 다른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기업과 노조, 노조와 기업 양측 모두 국민 경제 중요한 한 축”이라며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노동자 측의 과도한 주장도 자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후 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안정 대책 토론을 주재했다. 그는 관광산업 활성화와 관련한 대책을 관계 부처 장관들로부터 보고받던 중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특정 국가 관광객을 모욕하는 집회를 하고 있더라”며 “제가 만약 어느 국가를 갔는데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욕하고 삿대질한다면 다신 (관광지를) 안 갈 것 같다. 이거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 집회를) 일부러 하더라. 그 국가와 관계를 악화시키려고”라며 관계부처에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집회는 최근 일부 극우단체가 서울 명동 일대 등에서 벌인 반중 집회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