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젠(096530)의 연구개발(R&D) 인력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3년새 박사급 연구인력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분자진단(PCR)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R&D 투자마저 줄이고 있어 향후 미래 경쟁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젠의 R&D 인력은 2022년 464명, 2023년 395명, 2024년 365명, 올 상반기 350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R&D 인력이 24% 감소했다. 특히 석박사급 인력 이탈이 눈에 띈다. 박사급 연구 인력은 2022년 79명에서 올 상반기 46명으로 42%, 석사급도 2022년 259명에서 올 상반기 205명으로 21% 줄었다. R&D를 이끌어가는 핵심 고급인력인 석박사급이 대거 이탈한 것이다.
연구인력이 줄어들면서 R&D 투자도 쪼그라들었다. 씨젠의 R&D 투자규모는 2022년 947억 원, 2023년 727억 원, 2024년 694억 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2022년 11.1%에서 지난해 16.75%로 늘었지만, 매출이 급감한 영향인 만큼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씨젠은 2022년 853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143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씨젠의 주력 사업인 분자진단(PCR) 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IT·AI 기술 등을 활용해 시약 개발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분자진단 기술을 고도화하는 R&D 역량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R&D 투자마저 줄이면서 핵심인력도 이탈하고 있어 경쟁력 유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경쟁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R&D 투자를 늘리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R&D 비용은 2022년 460억 원, 2023년 642억 원, 2024년 879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 회사는 PCR 사어에서 벗어나 자가혈당측정·콜레스테롤 측정기 등 만성질환 진단 제품을 출시하며 진단 토탈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R&D 투자가 급감하면서 씨젠의 지적재산권도 감소하고 있다. 씨젠의 특허 개수(등록일 기준)는 2015~2019년 18개에서 2020년~2024년 10개로 급감했다. 회사 측은 특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특허 전담 조직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초라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씨젠은 R&D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 만큼 R&D 역량이 핵심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신규 먹거리 발굴과 차별화된 기술력이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