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
스페인 전역에서 번지는 ‘반관광’ 움직임

인기 관광지 스페인이 더이상 여행객을 반기지 않는 눈치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타파스를 즐기고, 마요르카의 해변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며, 세비야의 밤을 플라멩코 리듬에 실어 보내는 여름을 꿈꾸고 있다면, 그 전에 알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현지인들이 더 이상 관광객을 반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 인기 관광지 중 하나인 스페인이 최근 대규모 관광에 대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카나리아 제도, 안달루시아 일부 지역 등 주요 여행지에서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반관광’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Tourists go home)”, “카나리아 제도는 매물로 나와 있지 않다(The Canaries are not for sale)”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등장하고, 심지어 렌터카에 낙서가 그려지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문제의 핵심은 지속 불가능한 과잉 관광(over-tourism)에 있다. 현지인들이 느끼는 위협은 다음과 같다. ▲단기 임대주택의 확산으로 인한 집값 폭등 ▲관광객 증가로 인한 공공서비스 과부하 ▲관광 산업 중심의 지역경제에서 발생하는 저임금 문제 ▲좁은 지역에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몰려드는 구조적 문제 등이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는 연간 2,7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다. 하지만 주민 수는 고작 160만 명 수준. 도시 인프라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현지인의 주장이다.
이러한 현상은 스페인 중앙정부도 인정하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크루즈선 입항을 제한하고, 관광세 인상, 단기 임대 등록 제한, 호텔 신축 일시 중단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일시적으로 신규 호텔 건설을 금지하자는 시민 청원이 진행되고 있을 정도.
그렇다면 스페인 여행을 취소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스페인은 여전히 관광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이며, 올해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스페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지속가능한, 신중한 여행을 하라” 것이다.
야후 라이프에서 활동 중인 여행 전문 기고가 알레산드라 두빈은 올여름 스페인을 더 존중하며 여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 덜 붐비는 지역을 선택하자-이비자 대신 메노르카, 코스타 델 솔 대신 아스투리아스나 갈리시아 같은 북부 지역을 고려해 보자.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에 머무르자-도심 주거지역의 단기 임대 대신 소규모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자.
✔ 조용히, 깨끗하게, 예의 있게-조용한 지역에서의 심야 파티는 자제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현지 생활 리듬과 문화를 존중하자.
✔ 현지 상권에 돈을 쓰자-글로벌 체인점보다 동네 타파스 바, 장인 가게, 소규모 상점에서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