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세사기 피해 놀이로 배워요"...한국부동산원 '보드게임' 체험해보니

2025-08-05

보드게임 통한 실습 중심의 부동산 계약 절차 학습

사회초년생을 위한 몰입형 교육

부동산원 "청년 주거 안정·권리 보호에 최선 다할 것"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레비오사! 등기부등본 확인을 안 했고 계약 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을 깜빡한 것 같아요."

언뜻 보면 보드게임 참가자의 열띤 게임 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1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서울광역청년센터에는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서포터즈와 부동산에 관심 있는 청년 50여명이 모둠별로 둘러앉은 모습이었다.

이날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과 공동으로 전세사기 예방프로그램 '레비오사 보드ON'을 실시했다. 지난달 대구광역청년센터 교육에 이어 두 번째다. 청년층의 전세사기 피해 예방과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된 자리다.

보드게임은 게임판과 게임의 힌트가 되는 조각 카드, 주사위와 탐정 수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안전한 부동산 계약을 위해 총 계약 전과 후 총 10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4개의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 중 누락된 3개의 항목이 무엇인지 순서대로 찾아가는 방식이다. 게임 중 정답의 실마리가 되는 힌트 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 정답을 눈치챈 참가자가 '마법 주문 레비오사'를 외치고 답을 말하면 우승자가 정해진다.

처음 게임판을 펼친 참가자들은 흔히 알던 '부루마블'이나 '모노폴리' 등의 보드게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임 구성품의 모습에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곧 게임 방법을 미리 학습한 국토부 전세사기 서포터즈의 도움과 함께 금세 게임을 즐기며 부동산 계약의 올바른 순서를 학습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게임에 참여한 대학생 김 모 양은 "전문용어가 많아 어렵게만 느껴졌던 부동산 계약을 게임으로 배우니 쉽게 느껴진다"며 "앞으로 전세로 집을 계약할 일이 생긴다면 오늘 게임 내용이 생각날 듯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원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전세사기 문제를 예방을 위한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부동산 계약절 차에 게임요소를 접목시켜 계약 시 유의사항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보드게임 형태의 교보재 개발을 기획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미 유발을 통해 사회 초년생의 교육 몰입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며 "청년들이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부동산 계약 상황을 체험하고 실습 중심의 거래 지식을 학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보드게임은 지난해 9~12월 인천대학교와 공동 개발했다. K-Mooc(교육부 평생학습 플랫폼)을 통해 관련 강좌도 들을 수 있다. 게임 개발 연구용역에 2000만원, 실물 제작비 약 1000만원의 부동산원 예산이 투입됐다.

향후 보드게임 제작사인 프리하라와 협업해 지역 청년 센터와 군부대 등을 대상으로 순회교육을 지속할 예정이다. 손유은 프리하라 대표는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한 각종 정보를 확인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며 "이에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포맷을 접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교육이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이 계속해서 개정을 거치고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 이후 활용을 어떻게 할지는 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라고 말헀다.

부동산원은 앞으로도 청년 주거 안정과 권리 보호를 위한 활동을 다각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유은철 부동산원 부원장은 "최근 전세사기로 인한 청년층의 피해가 사회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 같은 교육은 청년층이 부동산 계약과정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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