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화물보다 빠르게 세관을 통과하는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류 반입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 국내 배송지를 바꾸더라도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특송화물의 특성을 악용해 마약류를 들여오는 것이다. 해외 직구 배송의 ‘사각지대’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 2월까지 적발된 특송화물 마약류 반입 건수 933건 중 주소 기재가 정확하지 않은 사례가 160건(17.2%)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상세 주소를 빠뜨린 경우가 11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고된 주소와 실제 수취 장소가 다른 경우가 34건으로 뒤를 이었고, 거주할 수 없는 주소를 적은 사례도 7건이었다.
이는 특송업체가 국내 배송을 직접하지 않고, 다른 택배회사에 맡겨 중간에 배송지를 바꾸더라도 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세관 추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송업체 입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배송지 변경 여부를 점검하는 전담 직원을 두기 어렵고, 배송지 불일치 사례를 세관별로 취합·정리해 신고해야 하는 업무 부담까지 더해져 관리 사각지대는 확대됐다.
관세청도 배송지가 바뀐 경우 검증 대상으로 선정하고, 업체 자료 제출을 검토하기까지 직원이 수작업으로 처리해 한계가 있었다.
일반 화물보다 간소한 내역 기재로 통관되는 특송화물 특성도 주소 변경·허위 기재에 대한 사전 확인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송화물은 긴급 운송 서비스로, 수입 시 주로 간단한 정보만 제출하면 통과하는 목록 통관 절차를 주로 활용한다.
목록 통관은 물품 가격이 150달러(미국발 200달러)이하이면서 개인 자가사용 목적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 수입 신고를 생략할 수 있다. 일반 화물은 배송에 일주일 이상 걸리는 반면, 특송 화물은 대부분 1~3일 내 배송이 가능한 점도 밀수에 적합한 환경이다.
최근 해외 직구가 늘면서 이처럼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반입도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특송 화물을 통한 마약 밀수는 176건으로, 전년(86건)보다 90건 늘어났다.
관세청은 이에 실제 배송지 정보를 입수해 해외직구 물품의 구매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감시하는 체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배송업체가 특송업체로부터 위탁받은 물품의 배송지 정보와 관세청 통관 목록 정보 전체를 연계해 배송지 불일치 의심 사례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다.
정 의원은 “특송물품의 실제 배송지 정보는 위해 물품 반입 차단을 위한 핵심 정보”라며 “특송업체가 국내 운송업자에게 배송을 위탁할 경우, 국내 운송업자 역시 실제 배송지를 관세청에 제출하도록 해 정보 사각지대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