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시범사업은 뭐하러”…소멸 위기 ‘복막투석’ 되살아날까

2025-10-26

만성 콩팥병 환자의 생명줄과도 같은 복막투석이 소멸 위기에 놓이면서 환자들이 애태우고 있다. 6년에 걸친 시범사업에도 수가가 낮아 의료기관들이 외면하는 데다 본사업 제도화 논의마저 지지부진하다.

2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12월부터 시행 중인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이 오는 12월 종료된다.

복막투석은 만성 콩팥병 환자의 아랫배에 넣은 가는 관을 통해 과도한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주 3~4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한 번에 4시간 가량 걸리는 혈액투석과 달리, 환자가 직접 집에서 시행할 수 있다. 병원은 한달에 한 번 정도만 방문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생활, 학업 등을 병행하기가 한결 용이하다. 김도형·이영기 한림의대 신장내과 교수팀이 지난 9월 국제학술지(Kidney International Repor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시범사업 참여 환자의 연간 사망률은 1000명당 33.7명으로 미참여 환자(69.5명)의 절반 수준이었고 응급실 방문율과 입원율, 입원일수 등의 지표도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 9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신장학회가 전국 복막투석 시행 기관 98곳의 환자 및 의료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99%의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복막투석을 권유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76%는 혈액투석과 비교해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복막투석 환자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재택 복막투석 환자는 2014년 7423명에서 2023년 5253명까지 줄었다. 전체 투석 환자의 4.5%에 불과한 수치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3년 1.8%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막투석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투석방법 선택을 위한 정보 및 교육 부족, 인공신장실(혈액투석실) 개설 증가, 복막투석 전담인력(간호사) 부족, 정책적 지원 부족 등이 지목된다. 무엇보다 낮은 수가가 문제다. 병원 입장에선 혈액투석 환자는 1인당 연간 약 2100만 원의 수입을 가져오지만 복막투석 환자는 시범사업 수가를 최대치로 받아도 연간 100만 원에 못 미친다. 복막투석으로는 도저히 병원을 운영할 수 없으니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권유하길 꺼린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국내 유일의 복막투석 장비 제공업체인 보령제약은 지난 8월 복막투석 사업을 철수했다.

복막투석의 활성화는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말기콩팥병 환자 증가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10년 5만8860명이던 말기콩팥병 환자가 2023년 13만7705명으로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22년 기준 복막투석 환자 1인당 연간 의료비는 약 2200만 원으로 혈액투석(약 3000만 원) 대비 800만 원 가량 낮았다. 복막투석 환자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61%로, 혈액투석 환자(34%) 대비 2배가량 높은 점을 감안하면 사회 전체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의 질의에 "복막투석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의료계에선 제도적 뒷받침 없이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복막투석이 만성콩팥병 환자의 치료 선택지에서 완전히 사라질까 우려한다. 올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다음달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보라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말기 콩팥병 환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복막투석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본사업 전환에 앞서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보완해 연장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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