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점령” 이런 혐중·음모론 현수막, 선거 끝나고도 활개···해결책 놓고 갑론을박

2025-09-11

‘내일로미래로당’ 명의로 이달만 1268개 걸어

부정선거론 등 중국 비난·혐오 내용이 대다수

민주당 ‘1% 이상 득표한 정당만 허용’ 추진에

정의당 등 “소수 정당 억압하는 방식은 안 돼”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논란이 됐던 이른바 ‘혐오 현수막’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되레 증가했다. 관련 당국이 고발을 하고, 현수막 난립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도 논의되는데 표현의 자유, 정치적 자유와 부딪히면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이런 현수막을 내 거는 사람들의 정체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애국현수막 캠페인’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하고 비용을 보내면 ‘내일로미래로당’이라는 정당 명의로 현수막을 걸어준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자신을 ‘50대 주부’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4월 애국현수막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후원을 받아 내일로미래로당 이름을 빌려 현수막을 거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 내 거는 광고물은 지자체의 허가 또는 신고를 거쳐야 하고 표현상 제한도 받는다. 그러나 정당명과 연락처 등을 표시하면 ‘정치적 현안에 대한 표현’으로 보호받는다.

11일 애국현수막 캠페인 홈페이지를 보면 내일로미래로당 명의의 혐오 현수막은 이달만 총 1268개가 걸렸다. 대선기간이던 지난 4월에는 678개였는데 더 늘었다. 지난 7월에는 전국 곳곳에 4100여개의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 문구는 ‘중국 비난, 혐오’가 대부분이다. ‘공산주의 반대하면 극우?’라는 문구에 중국 오성홍기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들어가 있거나, 오성홍기 배경에 ‘중국인 무비자 입국, 관광 아닌 점령?’ 이 쓰이는 식이다. ‘중국 공산당+선관위=China Lee’라며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기도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내일로미래로당 대표, 부정선거부패방지대 소속 A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A씨 등은 옥외광고물법의 제한을 적용받지 않도록 현수막을 정당 명의로 게시하기로 내일로미래로당과 공모한 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불특정 다수로부터 A씨의 계좌로 현수막 대금 7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불복불법현수막대응특별위원회도 지난 1일 ‘국회에 소속 의원을 둔 정당이나, 직전 대통령 선거 등에서 1% 이상 득표한 정당 등만 정당 현수막 게시를 허용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 법률안’을 낸다고 밝혔다. 같은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 9일 ‘혐오표현 현수막 방지 2법(정당법,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은 인권침해 광고물의 범위를 늘리고, 판단 기준을 법 시행령에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당 명의로 ‘혐오 현수막’이 걸리더라도, 단속 주체를 각 지방자치단체로 분명히 한다.

현수막 규제안을 두고 ‘정치적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유효 득표율 1%라는 자의적 기준으로 정당 현수막을 일괄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허위 사실이나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소수 정당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의 법률안 개정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노동당·녹색당·은평민들레당·정의당은 정당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정당 규모에 따라서 현수막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혐오 표현·차별 문제 대응이 어렵다”며 “혐오·차별의 기준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행정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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