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장기간 먹으면 난임 된다? 임신 둘러싼 속설, 진실은

2025-09-12

난임 시술 3년 새 37%나 늘어나

균형 잡힌 식사·운동으로 체중 관리

하루 7시간 이상 규칙적 숙면해야

임신을 막는 숨은 요인들

많은 부부가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신을 준비한다. ‘곧 좋은 소식이 오겠지’.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별다른 소식이 없으면 불안감이 몰려온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매달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에 지쳐간다. 난임은 더 이상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부 7쌍 중 한 쌍이 난임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신을 꿈꾸지만 쉽지 않은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정확한 정보. 잘못된 속설이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기대다가는 치료 시기를 놓쳐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남성은 난임 문제를 마주하는 데 주저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임신을 위한 책임 있는 준비 과정의 일부다. 늘어나는 난임의 현실을 짚고 이를 둘러싼 오해와 극복 방안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했음에도 1년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다. 여성의 나이가 만 35세 이상이면 그 기간은 6개월로 줄어든다. 난임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꾸준히 증가세다. 국내 난임 시술 건수만 봐도 2019년 14만6354건에서 2022년 20만7건으로 3년 새 36.7%나 늘었다.

난임 환자가 증가한 주된 원인은 늦어진 결혼과 고령 출산이다. 실제 한국 여성의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은 1994년 평균 26세에서 2024년 33세로 훌쩍 뛰었다. 나이가 들수록 난소 기능이 저하되며 만 35세를 기점으로 가임 능력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렇다고 여성에게만 난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김용진 교수는 “난임의 원인을 따지면 여성 단독 원인 40%, 남성 단독 원인 40%, 남녀 모두의 원인 10%, 원인 불명 10%”라고 설명했다. 남성 난임의 주된 이유는 ^정자 이상 ^정자 이동 통로 장애 ^성 기능 장애 등이다. 최근에는 ‘몸짱’ 욕심에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가 무정자증을 겪는 남성도 더러 있다. 외부에서 남성호르몬이 들어오면 우리 몸의 호르몬 생성 능력이 나빠져 정자 수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난임의 위험을 줄이고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려면 산전 검사가 우선이다.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으로 이뤄진 산전 검사를 통해 임신에 필요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난임의 숨은 요인을 찾아 사전에 대응할 수 있다. 이때 확인하는 항목은 질환 이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과거 골반염을 앓았다면 나팔관이 막혀 있는지를, 난소 수술 이력이 있다면 난소 기능의 저하 여부를 더 면밀히 살피는 식이다.

배란 2일 전부터 배란일까지 임신 확률 높아

기본적인 준비를 마쳤다면 그다음 해야 할 일은 정확한 배란일 확인이다. 생리가 규칙적이라면 보통 다음 생리 시작 14일 전이 배란일이다. 마리아병원 산부인과 정미나 과장은 “생리 주기가 일정하다면 생리 주기 애플리케이션의 가임 기간 기능을 활용해도 좋다”며 “보다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다면 병원에 방문해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생리 주기는 28일. 이 경우 생리 시작일을 1일로 볼 때 11일이나 12일째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된다.

가장 임신 확률이 높은 시기는 배란 2일 전부터 배란일까지다. 이 시기에는 가능한 한 매일 부부 관계를 갖는 게 도움 된다. 미즈메디병원 아이드림센터 이유진 진료과장은 “일주일 이상 금욕을 한 것보다 주기적으로 부부 관계를 할 때 정액 상태가 더 좋기 때문에 가임기가 아닌 시기에도 2~3일 간격으로 부부 관계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가임기 아닌 때도 주기적 부부 관계 맺어야

생활습관 개선도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이 가운데 특히 간과하기 쉬운 요인이 충분한 수면이다. 6시간 이하의 수면이나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고 배란 주기나 난자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남성 역시 수면이 부족하면 정액량과 정자 운동성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정자 형태 이상이나 DNA 손상 위험을 높여 수정 능력과 착상률이 낮아진다. 따라서 하루 7시간 이상 규칙적인 수면을 권장한다.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한 체중 관리 역시 필수적이다. 더불어 과도한 스트레스는 정자와 난자 상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부부가 서로 지지하며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도록 한다.

여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으면 그때는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사회적 시선과 낙인이 불편할 수 있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뚜렷한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5200여 건이던 국내 남성 난임 시술 환자 수는 4년간 12배 정도 증가했다. 난임을 둘러싼 시선이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정미나 과장은 “저출산 시대에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예전과 달리 요즘은 한두 달의 시도에도 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난임 병원을 바로 찾을 만큼 다들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 방문이 곧바로 치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진료를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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