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더 많은 날 될 뿐"…쿠친, 업무 전가에 반발
"쉬고 싶지 않다"…퀵플렉서, 생계 걱정에 '휴무 반대'
"참여하지 말라"는 공통 요구…해법은 여전히 안갯속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오는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쿠팡 내부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직고용 배송 인력 '쿠팡친구'(쿠친)와 특수고용직 '퀵플렉서'(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 모두 쿠팡이 기존처럼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두 집단이 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전혀 다르다.

◆ "택배 더 많은 날 될 것"…쿠친의 분노
쿠팡 직고용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쿠친)는 '택배 없는 날' 시행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퀵플렉서가 쉴 경우 그 공백을 고스란히 쿠친이 메워야 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쿠팡노동조합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없는 날이 퀵플렉서에겐 휴일이겠지만, 그 물량이 우리에게 전가된다면 이는 오히려 '택배 더 많은 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는 고용 형태에 따른 부당한 차별이자 일방적인 업무 전가"라며 단순한 근무 부담을 넘어 퀵플렉서와의 구조적 격차 문제로 사안을 확대했다. "퀵플렉서는 원하는 노선만 선택해 자유롭게 근무하며 많게는 월 1,000만 원 이상을 버는 반면, 쿠친은 어려운 노선에 부가업무까지 떠안고도 월 200~300만 원에 그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어 "쉬운 구역을 맡은 특수고용직은 자유롭게 쉬고 정규직은 힘든 구역을 강제 배정받는 구조가 당연시돼선 안 된다"며 "쿠팡은 퀵플렉서도 해당일에 배송하도록 하거나, 물량을 사전에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쉬고 싶지 않다"…CPA도 반대
쿠팡친구에선 퀵플렉서가 쉬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정작 '퀵플렉서'를 대표하는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택배 없는 날'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강제적인 휴무가 곧바로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생계 불안을 이유로 든다.
CPA는 이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배송 시스템은 개별 기사가 자율적으로 스케줄을 조정하는 구조"라며 "'택배 없는 날' 참여가 강제 휴무로 해석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퀵플렉서는 쿠팡의 배송 플랫폼에서 일하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직으로, 원하는 날짜와 시간, 배송 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건당 수수료 체계로 수익을 얻는 만큼 배송을 쉬는 날이 많아질수록 곧장 소득이 줄어든다.
CPA는 기자회견 후 쿠팡 측에 '택배 없는 날' 불참 유지, 휴무 선택권 보장, 유연근무제 유지 등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전달하며 기존처럼 자율적 근무 체계를 유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 '택배 없는 날'은 왜 생겼나?
'택배 없는 날'은 과로로 인한 택배기사 사망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지난 2020년, 택배업계와 정부, 시민단체가 자율적으로 지정한 캠페인이다. 매년 8월 14일 하루만이라도 택배기사가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며,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등 주요 택배사들이 참여해 왔다.
하지만 쿠팡은 택배 없는 날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쿠팡은 대리점 기반이 아닌 자체 물류 시스템(CLS)을 운영하며 정규직 배송기사(쿠팡친구)와 특수고용 배송인력(퀵플렉서)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외부 택배사들의 휴무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또 로켓배송과 365일 배송을 내세운 서비스 경쟁력 유지도 불참 배경이다. 올해도 쿠팡은 택배 없는날에 참여할 계획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쿠팡은 공식적으로는 '택배 없는 날'과 무관하지만, 내부 배송 인력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퀵플렉서는 하루 쉼으로 인한 수입 감소를, 쿠친은 물량 전가로 인한 업무 과중을 우려하면서, 양측 모두 쿠팡이 올해도 예년처럼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기를 요구하고 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