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위 제재·포상금 확대…적발 리스크 대폭 증가
“지방 공사 공급 기반 붕괴 우려…정책·지원 병행 필요”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불법 하도급 근절을 목표로 제재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자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업계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전문업체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서는 제재 강화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하도급 계약 표준화나 발주 구조 개선 등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불법 하도급 적발 시 제재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 개정안은 불법 하도급이 확인될 경우 영업정지를 최소 8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부과하고, 과징금은 전체 하도급대금의 24~30% 범위에서 책정하도록 규정했다. 공공공사 하도급 참여 제한 기간도 기존 1~8개월에서 8개월~2년으로 확대된다. 사실상 현행 법 체계가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처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강도 제재’가 건설 생태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전문업체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불법 재하도급을 근절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서류 미비, 계약 구조 해석 차이, 현장 상황에 따른 업무 분장 등 비고의적 사안까지 위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번 제재를 받으면 최소 8개월 이상 현장 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매출 공백이 장기화하고, 인력 유출과 운영 악화가 겹쳐 사실상 ‘시장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덧붙였다.
특히 최근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공사비 산정 기준 혼선 등으로 하도급 단가 협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전문업체 풀이 줄어들 경우 공사비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쟁 구도가 약화되면 발주기관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줄어들고, 이는 곧 공사비 인상과 공기 지연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담은 지방 현장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 중소 공사는 지역 업체들의 참여 비중이 높지만 이들 업체는 장비·인력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행정 대응 인력도 부족해 제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이들이 시장에서 이탈하면 지역 공사 공급 기반이 한꺼번에 축소되고, 발주기관은 재입찰을 반복하거나 사업을 지연시키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아울러 정부가 신고 포상금 제도를 확대하면서 내부 신고를 통한 적발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도 시장 경직성을 더욱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개정안은 신고자에게 증거 제출 의무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포상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했고, 포상금 규모도 기존 2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으로 뛰었다. 업계에서는 포상금이 확대되면 현장의 감독·감시가 강화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동시에 악의적 신고나 민원성 제보가 늘어 행정 부담과 현장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처벌 강화가 불법 하도급 근절이라는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더라도, 정책만으로는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하도급 구조에서 불법 재하도급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발주기관의 설계·원가 검토 지연 △일률적인 낙찰 방식 △과도한 공기 압박 △불합리한 원도급·하도급 단가 차이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업계는 처벌 강화와 병행해 전문업체 역량 강화 지원, 하도급 계약 표준화, 발주 구조 개선 등 후속 대책이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입찰 방식의 경직성 등 제도적 요인이 불법 하도급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재 강화 흐름이 적정 시공 환경 조성을 위한 취지인 점은 이해한다”며 “다만 중소 전문업체의 시장 기반 약화와 공사 공급 불안정이 현실화될 경우 처벌 강화 효과보다 시장 위축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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