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구진, 로봇 ‘디스타’ 고안
몸통과 다리·바퀴 활용해 어디든 전진


몸통과 다리, 바퀴를 총동원해 험한 지형과 장애물을 돌파하는 신개념 로봇이 개발됐다. 이 로봇은 좁은 틈과 높은 턱은 물론 바닥이 고르지 않은 풀밭에서도 거침없이 나아간다. 향후 재난 현장이나 전장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벤 구리온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IEEE 로보틱스 앤드 오토매이션 레터스’를 통해 어떤 땅에서든 멈춤 없이 전진할 수 있는 독특한 로봇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로봇 이름은 ‘디스타(DSTAR)’다. 덩치는 신발 상자만 하다. 전기 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며 직육면체 몸통에 다리가 4개 달렸다. 다리 끝에는 바퀴가 장착됐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겉모습이다.
그런데 연구진이 작동 장면을 찍어 공개한 동영상은 매우 예사롭지 않다.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스타는 문짝과 문틀이 단 10㎝ 벌어진 좁은 틈 앞에서 희한한 동작을 한다. 다리 한쪽을 번쩍 들어 몸통 전체를 판자처럼 얇고 편평하게 만든다. 그러고는 틈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보행하던 사람이 자신의 어깨 한쪽을 90도 돌려 전방을 향하게 한 다음 좁은 골목이나 인파 속을 지나는 모습과 닮았다.
디스타의 특이한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이동 중인 차도보다 높이가 15㎝ 높은 인도 옆으로 바짝 붙더니 몸통을 굴리듯 회전 시켜 기어오른다. 18㎝ 지름의 구덩이를 다리를 길게 벌려 건너가기도 한다. 언덕이나 계단에서도 바퀴와 다리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거침없이 전진한다.
디스타 움직임 가운데 압권은 풀밭을 지날 때이다. 바퀴가 구르지 않도록 단단히 제동을 건 채 좌우 다리를 교차하며 풀밭을 헤쳐간다. 키가 큰 풀이 빽빽이 자라있는 곳에서는 바퀴 힘만으로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운데, 그런 문제를 ‘걸음’으로 해결한 것이다. 거북이 같은 진짜 동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연구진은 움직임을 민첩하게 만들기 위해 디스타의 ‘질량 중심(COM)’이 어느 방향으로든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특수 부품을 사용했다. COM이란 물체의 전체 질량이 모여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가상의 점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COM을 다루는 기술 때문에 디스타가 다양한 이동 방식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기동 능력을 향상하는 효과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향후 디스타가 상용화하면 재난 현장에서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건물이 붕괴한 장소에서 잔해를 비집으면서 생존자를 확인할 수 있다. 구조대원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으로도 거뜬히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친 지형이 즐비한 전장에서도 쓰임새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군 대신 디스타를 적진 가까운 곳으로 보내 척후병 역할을 맡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