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와 있다. 수많은 정책과 정견이 정당과 후보의 입에서 쏟아졌다.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난무했다. 네거티브와 허위사실, 가짜뉴스도 여전했다. 계엄과 탄핵으로 야기된 이번 대선은 정책과 비전, 대안 등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긴 해도 지역의 입장에선 지역정책이 최대 관심사다. 지방분권과 분산, 균형발전, SOC 인프라, 지역현안에 대한 해법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전북의 그것은 겉훑기에 그쳤고 허접했다. 과거의 공약, 자치단체의 해묵은 과제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제2중앙경찰학교 입지를 전북 남원과 충남 아산에 중복 제시하는 뻔뻔함도 있었다.
지역신문 기사 제목은 노골적이다. “대도시만 챙긴 균형발전 공약…전북은 안중에도 없다” “민주당 대선 공약 중복에 신뢰 흔들” “이재명 김문수도 ‘40년 사골 공약’ 새만금 우려먹기” “거점 국립대 육성공약…재원 실행력 관건” “전북 제3금융중심지 공약 존폐 기로” “익숙한 내용 반복…여야 한방 없어” 등 비판기사가 주류를 이룬다.
신문사설도 지역 홀대를 비판하고 있다. “6월 장미 대선 전북은 이번에도 변방인가” “전북 대선공약 큰 거 한방이 없다” “수십년째 내건 공약 반드시 지켜야” “전북 소외, 쓴 약으로 삼아야” “광주 편중 공공‧특별행정기관 전북에 분산 배치를” 등 쓴소리가 많았다.
특별자치도 출범 2년째인 전북은 이번 대선을 좋은 기회로 삼고 야심차게 준비해 왔다. ‘전북 메가비전 프로젝트’를 만들어 공약으로 제안했다. 모두 74개 사업 65조 2000억 규모의 초대형 지역발전 전략이다. 국가 전략과 연계된 지역주도형 성장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이른바 ‘기획형 공약 모델’이다.
그런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어느 후보나 정당도 의미 있게 받아들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전북의 공약은 영남, 광주전남, 충청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는 비판이 드세다. 왜 그런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남 의령과 대구 연설을 소환해 보자.
“(…) 수도권의 국회의원, 시장 군수 구청장은 자주 바뀐다. 국회의원들이 꼭 미친 사람 같아요. 주말이고, 휴일이고 죽을똥 살똥 뛰어다녀요. 어떻게 하면 동네에 도움이 될까. 어떻게 하면 인정받을까. 예산 1억 확보 할려고, 국가보조금 받아보겠다고 난리를 쳐요. 그래야 당선되니까. 이러니 발전 안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 동네는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도 다 찍어주니까. 다 찍어주는데 뭐하러 주말이고, 휴일이고 죽을똥 살똥 뛰어다니겠느냐” 경쟁이 없는 지역의 정치서비스 부재를 비판한 것이다.
전북은 지난해 총선에서 중진들을 대거 당선시켰다. 지역발전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선대위에 전북의 국회의원 또는 전북에 연고를 둔 국회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전북의 동력을 구동시켜야 할 주인공들이다. 이럴진대 전북의 현안은 왜 이다지 허접하고 찬밥 신세인가. 전북은 여전히 흑싸리 껍데기인가.
선거 때 다 찍어주니까 대충 일을 한단 것인지, 죽을똥 살똥 뛰어다녔는데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인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경남 의령과 대구에서는 맞고, 전북에서는 틀린 것인가.
이제 곧 차기 정부 국정과제에 전북의 핵심 현안 채택 여부가 초미의 관심을 끌 것이다. 전북의 정치권이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죽을 똥 살똥 미친 듯이 일 해서 성과를 내길 바란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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