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다른 고모에 간 내어준 스무살…9천번째 간이식 성공

2025-05-15

서울아산병원이 단일 의료기관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간이식 수술 9000건 시행을 달성했다.

15일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이 병원 간이식팀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본원에 수술방 4곳을 동시에 열고 두 건의 생체 간이식을 진행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2건이 한 병원에서 한날한시에 시행되는 건 국내외를 통틀어 드문 일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1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8999번째와 9000번째 간이식을 연이어 완료하며 한국 의료의 새 역사를 썼다.

9000번째 수술의 수혜자는 간암과 알코올성 간경화를 앓아 온 윤모(43)씨다. 기증자인 조카 정모(20) 씨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달라 거부반응이 발생할 위험이 컸지만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환자에게 항체 형성 억제제를 투여하고 혈장에 존재하는 질병 유발 항체를 제거한 뒤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혈장교환술 등을 통해 안전하게 이식을 마쳤다.

이로써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8월 국내 처음으로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시행한 지 32년 8개월 만에 '간이식 9000례'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 중 생체 간 이식은 7502건, 뇌사자 간 이식은 1498건이다.

병원 측은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더 크다"며 "서울아산병원의 전체 간 이식술 생존율은 1년 기준 98%로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평균치인 92%를 크게 웃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간 이식 누적 건수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1985년 이후 1만900건을 시행했다. 이는 미네소타, 플로리다, 애리조나의 3개 지점 실적을 합친 수치다. 그 외 미국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가 1981년 이후 8000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병원이 1998년 이후 4000건 가량의 간이식을 시행했다. 단일 의료기관으로서 간 이식 9000건 달성은 세계 간이식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과라는 것이다.

9000번째 수술을 집도한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1998년 간에 새로운 중간 정맥을 만들어 피가 잘 배출되도록 하는 '변형 우엽 간 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생체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00년에는 기증자 2명으로부터 간 일부를 받아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2대1 생체 간 이식을 세계 최초로 고안해 간이식 분야의 지평을 넓혔다. 이런 노하우를 몽골과 베트남 등에 전수해 해당 국가가 독자적으로 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몽골 국립 제1병원과 베트남 쩌라이병원, 호치민대학병원에서 간이식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러한 결실이다.

이 교수는 “수술실부터 중환자실, 병동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의 수많은 의료진이 원팀으로 움직인 덕"이라며 "환자의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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