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과 제도를 바로잡는 일만으로는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다. 정치를 지탱하는 보다 깊은 기반은 시민들이 공유하는 도덕과 문화적 자각이다. 고대 아테네의 개혁자 솔론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시민의 삶을 구성하는 윤리와 규범을 정비했다. 정치 개혁 외에도 사치와 허례를 억제하는 법을 제정하고, 장례 절차, 혼인 풍습, 공적 예절에 이르기까지 상징적인 규제를 통해 무너진 시민 정신을 되살리고자 했다.
이런 개혁을 마친 솔론은 권력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자발적 망명을 감행했고, 그 여정 중 리디아의 부유한 왕 크로이소스를 만나게 됐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솔론은 “인간의 삶은 그 종료를 보기 전까지는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의 부와 권력은 삶의 진정한 가치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몇 년 후 크로이소스는 전쟁에서 패배해 화형대 위에 오르게 된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그는 “솔론! 솔론! 솔론!”, 자신이 한때 비웃었던 그 현자의 이름을 부른다. 이 외침을 들은 키루스 왕은 의아해하며 형 집행을 멈추고 “솔론이 누구이기에 그토록 애타게 부르느냐”고 물었다. 솔론과의 대화를 들은 키루스는 깊은 감명을 받아 크로이소스를 살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이손(Myson)의 도기화(사진)에는, 화형대에 앉아 헌주의식을 행하는 크로이소스와 불을 붙이려는 하인의 모습만 묘사돼 있을 뿐, 그가 구원받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유보된 이 한 장면 속에서 우리는 결말을 알 수 없는 삶의 긴장감과, 뒤늦은 깨달음의 비극적 무게를 마주하게 된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시민들의 여름 휴가를 답답하게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민주는 민주를 구성하는 사람의 문제다. 사람된 도리를 갖추지 못한 이가 권력의 정상에서 세상을 주무르려 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각성케 한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