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3년···다시 늘어난 건설현장 '죽음의 그래프'

2025-08-14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는 절반으로 줄었다. 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망사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고, 위험 공정의 하청 전가와 공기(工期) 압박, 안전 인력·예산 부족과 같은 구조적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법이 일시적인 경고를 줄 수 있었지만, 처벌만으로는 지속적인 예방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냈음을 시사했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이수진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2022년 1월 시행) 전후 10대 건설사 사망사고는 법 시행 직후 잠시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18년 34명, 2019년 28명으로 매년 20명 이상이 숨지던 현장사고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17명으로 줄었다가 2021년 26명으로 다시 늘었다. 법 시행 첫해인 2022년에도 26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듬해 2023년에는 10명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감소세는 오래가지 않아 작년인 2024년 21명, 올해 8월까지 이미 17명이나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에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은 법의 구조적 성공이라기보다 시행 초기의 '경고 효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당시 최고경영자(CEO)까지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공포감과 정부의 집중 점검이 맞물리면서 경영진들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었다. 이에 주요 건설사들은 위험 공정 일정을 조정하고 안전설비·인력을 단기 투입하는 등 '보여주기식'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일시적인 대응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위험 공정의 하청 전가, 공기 압박, 안전 인력·예산 부족 등 현장의 구조적 문제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긴장이 풀리자 2024년 사망자 수는 다시 2배 이상 증가했다. 처벌 중심의 법만으로는 사고 예방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뉴스웨이>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으로부터 별도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대다수가 하청 근로자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깔림·붕괴가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흡과 무리한 작업 진행이 겹쳐 발생했다.

또 자료를 보면 같은 시공사에서 동일 유형의 사고가 반복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일부 건설사는 불과 수개월 간격으로 같은 원인(깔림, 추락 등)으로 2회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행정명령과 과태료 부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고를 되풀이했다. 이는 처벌 이후에도 안전관리 시스템이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모두 기소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전에는 상당수 사건이 '내사 종결'이나 '조사 생략'으로 마무리됐고, 행정명령과 과태료 부과 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 대표에게도 실형이 선고된 사례들이 몇 건 있었으며, 이는 법적 책임의 원칙이 현장에 점차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시행됐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에 대해 형사처벌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사망사고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1년 내 직업성 질병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분류된다. 사망사고의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법인·기관은 최대 50억원 벌금형이 병과될 수 있다.

해당 법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는 단순히 회사 대표만을 뜻하지 않는다. 현장의 안전과 보건을 위해 조직, 인력, 예산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은 모두 해당된다.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이사회 승인이나 위임 절차를 거쳐 안전관리 전반을 총괄하도록 권한을 부여받았다면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쉽게 말해, 안전 문제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법은 이런 사람들에게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고 유지할 의무를 부여하며, 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건설현장의 사고는 단순한 부주의나 법 위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위험한 공정을 값싼 하청에 떠넘기는 구조다. 실제 2025년 8월 기준, 정부가 전국 1607개 건설현장을 점검한 결과 무려 520건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고, 이 중 197건(약 38%)이 불법 하도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하도급이란, 원청업체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사를 다시 다른 업체에 넘기는 것으로, 대부분 하청업체가 안전관리와 기술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대표적인 비극적 사례로는 지난 2021년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 사고로, 무자격 하도급업체가 철거 업무를 수행하면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하도급을 준 뒤, 한솔기업이 백솔건설로 다시 하청을 주는 등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확인됐다.

더불어 공기 압박과 책임의 사각지대도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발주처가 무리한 기간 단축을 요구하면 현장은 작업 속도를 맞추기 위해 안전 절차를 줄이거나 생략하기 때문이다. 저가 수주가 관행처럼 굳어진 현장에서는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안전시설 설치나 정기 점검이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렇듯 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계약·발주 단계부터 안전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공사비와 공기를 현실화해 무리한 일정과 저가 수주를 줄이고, 발주기관에 법적 책임을 명문화해 안전관리에도 직접 나서게 해야 한다.

현장 차원에서는 안전관리 인력 확충과 전담 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반복사고를 낸 기업에는 가중 처벌과 실명 공개를 의무화하고, 특히 하청·외국인 노동자 대상의 안전교육과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한 상시 감시체계와 현장 모니터링도 필수다. 전문가들은 "안전에 드는 시간과 돈을 비용이 아니라 필수 투자로 봐야 한다"며 "이 관점 전환이 없으면 사망사고 곡선은 또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올 들어 국토교통부는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합동으로 전국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단계·일괄 하도급 등 불법 행위가 집중 단속 대상이며, 연내 하도급 통합 관리와 실시간 점검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도 예고했다. 국토부는 "단기 단속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안전투자를 유도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정치권도 움직였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위험을 하청에 떠넘기는 것은 책임을 지지 않고 이익만 챙기려는 것"이라며 "산업재해는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도 같다"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또 "반복적인 사고를 낸 기업은 입찰 자격을 영구 박탈하거나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처벌 강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정치적 압박은 지금까지 처벌 중심으로만 흐르던 산업안전 정책에 구조적 변화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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