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업구조 개편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찾았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5공장과 인적 분할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사업장을 찾아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존림 삼성바이오 대표 등과 함께 최근 완공된 5공장 가동 상황을 살펴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는 올 4월 18만 ℓ 규모의 5공장을 완공해 총 생산능력은 78만 4000ℓ로 늘었다. 5공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4공장을 통해 집적한 노하우에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생산 과정을 디지털로 구현해 최적의 생산 시나리오를 계획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로봇을 도입해 의약품 운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온도나 충격·지연 등을 방지했다. 삼성바이오는 5공장에 접목된 기술을 연내 착공이 예정된 6공장부터 2032년까지 지어질 8공장까지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이 회장의 방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직원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인적 분할 관련 경영 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구조 개편 이후 신약 개발에 이르는 장기적 계획을 살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 영역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신약·복제약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으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는 10월 신설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관할한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조 32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연매출 4조 원을 넘어선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올해도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달까지 회사의 올해 누적 수주 금액은 3조 2525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주액(5조 4035억 원)의 60%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창사 이래 누적 수주 총액은 182억 달러에 달한다.
이 회장은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사업으로 낙점하고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2월에도 송도 공장을 찾아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뒤 2011년 삼성바이오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6년 상장 당시 3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은 8년 만에 4조 5000억 원으로 15배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