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까지 동원한 ‘구호품 약탈 비즈니스’가 이스라엘의 봉쇄로 심각한 기아 위기에 놓인 가자지구의 식량난을 심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26일 수송기로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시작하자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 이집트, 스페인, 프랑스, 독일도 인도주의적 지원에 동참했다.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에 화물 운반대 126개 분량의 식량과 구호품이 낙하산에 매달려 전달됐고 육로를 통한 식량 공급도 이어졌지만, AP통신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밀가루 1㎏ 가격이 60달러(약 8만4000원)까지 치솟았다”며 “현장에서 구호품 배송에 따른 효과를 완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도둑들이 구호 물자의 90%를 훔쳐서 미친 가격에 팔고 있어요.”
가자 지구의 모하메드 알 사핀(25)은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반복되는 갱단의 약탈로 구호품이 실제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발 더 나아가 구호품 약탈은 갱단의 사업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AP통신은 지난달 29일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구호물자를 갖고 오더라도 무장한 남성들이 훔쳐가고, 상인들이 이를 사들인다”며 “배급 현장 앞줄에 갱단 조직원들이 항상 앞에 서 있는데, 거대한 사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의 국경없는의사회(MSF)의 긴급구호 코디네이터인 장 기 바토도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갱단들은 아이들을 위험한 구호품 유통과 약탈 현장에 보내서 일하도록 하는데, 새로운 직업이 됐다”고 전했다.

국제기구와 구호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에 따른 가자지구 치안 붕괴가 약탈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봉쇄 후 가자지구의 국경 검문소 네곳 중 남부의 케렘 샬롬과 북쪽의 지킴 두곳을 통해서만 구호품이 전달되고 있는데, WSJ은 “구호품이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를 벗어날 때 가장 취약하다”며 “대부분 물자가 습격받고 있다”고 했다. 세계식량기구(WFP)는 WSJ에 구호품의 95%가 약탈되고 있다고 밝혔다.
AP는 “이스라엘이 지난 3월 식량 반입을 봉쇄한 뒤 하마스가 운영하는 경찰이 이스라엘 통제구역에서 사라지면서 갱단이 일부 지역들을 장악해 나갔다”며 “치안이 붕괴한 뒤로 식량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가자 지구에 활동하는 구호 활동가들은 AFP통신에 “3월 봉쇄 전에는 가자 경찰이 호송대 안전을 도왔는데, 현재는 권력 공백으로 약탈이 성행하고 있다”고 했다. 암시장에서는 유엔과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의 마크가 찍힌 구호품들이 유통되고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GHF 배급도 식량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GHF는 도심을 중심으로 가지지구 수백 곳에서 배급망을 운영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와 달리 가자지구 네 곳의 거점에서만 구호품을 배급하고 있다. 유엔은 구호품을 받기 위해 이스라엘 군사 지역을 통과해야만 하는 UNRWA 배급을 두고 “죽음의 덫”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