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재발견, 새로 쓰는 완주문화관광지도] (7)무인빵집에서 피어난 시골의 기적

2025-08-25

완주에 정착한 후 생활 유지비용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빵집을 열었다. 사업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무인빵집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기획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어쩔 수 없다 보니 사람이 없는 무인빵집이 탄생한 셈이다.

<화산애빵긋>을 대표하는 메뉴는 탕종기법을 활용한 빵이다. 탕종기법은 뜨거운 물에 밀가루를 익히듯 섞어서 숙성시키는 방식으로 빵을 더욱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최미경 대표는 새벽 5시 반이면 빵집에 출근하여 20여 종의 빵을 직접 만든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물었다.

“진짜 빵 팔아요?”

길 가에 ‘빵’ 글씨 하나만 써여있길래 궁금해서 잠이 안 와서 다시 왔다는 사람까지 생겼다. 하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빵집이 없을 만한 곳인데 빵집 간판이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을 것이다.

꾸준히 찾는 손님들의 덕분에 <화산애빵긋>은 2021년 예비사회적기업, 2023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최 대표의 하루 일과는 비교적 단순하다. 새벽에 출근해 빵일을 하고 서류를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밝아 온다. 이후에는 강의를 듣거나 사람들과 만나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연속이다. 규모가 커지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신경 써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최 대표가 <화산애빵긋>을 연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그녀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냥 사람과 부대끼지 않기 위해서 무인빵집을 콘셉트로 잡은 거였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무인빵집이 수많은 인연을 연결시켜 주었다. 완주군 방문의 해에 ‘한 번쯤 멈출 수밖에’ 프로그램 때문에 사전답사차 완주를 찾았던 작가가 무인빵집 간판을 보고 들어온 게 시작이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작은 빵집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빵집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외에도 유튜브 EBS Documentary ‘골라듄다큐’에도 소개되는 바람에 큰 인기를 끌었다. 최 대표는 최근 갑작스럽게 늘어난 손님을 보면서 유튜브의 위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손님이 늘어난 만큼 매장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바람도 커졌다. 이 공간을 활용하여 시 낭송회나 독서 모임, 다양한 형태의 기획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빵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민박만 해도 그렇다. 우연히 빵집에 왔던 이들과 인연이 닿아 새로 시작하고 있다. 요즘 최 대표는 뜻 맞는 사람들과 같이 알 수 있는 사업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혼자서는 멀리 못 가지만 함께라면 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제야 깊이 체감하고 있다.

지금 그녀는 이 <화산애빵긋>이라는 빵집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처음에는 그녀를 빵집 주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올 때쯤 문화 전도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적막하고 사람들이 찾을 일도 없는 화산에 이런 공간을 만든 그녀에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무심히 화산을 지나며 빵을 사 먹으며 그녀의 꿈을 응원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듯이,

글=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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