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취임 첫날부터 야근…야당 대표와 오찬
尹, 신라호텔서 만찬 행사…영수회담은 2년 후
안가·한남동 관저 머문 李…尹, 서초서 출퇴근
美·日 정상과 전화 통화는 尹이 더 빨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숨 가쁜 첫 주 일정을 보냈다. 이번 선거가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만큼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며 국정 공백 최소화에 나선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 역시 전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과거 행보와 비교되는 분위기다. 3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던 두 전·현직 대통령의 취임 첫 주 풍경은 실제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4일 오후 7시30분부터 9시50분까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했다. 대미통상 현안 및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최근 경기·민생의 문제점과 대응책에 대해 논의하며 ‘야근’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를 참석자들에게 전달하며 “작고 세세한 발상이나 입법 요구사항이 있다면 직급과 무관하게 언제든 제안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후 인천 계양에 위치한 사저로 가지 않고 대통령실이 마련한 안전가옥(안가)으로 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22년 5월10일 저녁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귀빈들과 대규모 만찬 행사를 열었다. 윤 전 대통령 역시 당일 0시부터 공식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이 행사는 혈세 낭비 비판을 받으며 논란이 됐다.

대통령 취임 후 야당 대표와 얼굴을 처음 맞댄 시점도 달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진보당 김재연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등과 국회에서 ‘비빔밥 오찬’을 함께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첫날 야당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함께 한 건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약 2년 만인 지난해 4월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첫 영수회담을 했다. 야당 대표와 만남에 부정적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치러진 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완패하자 입장을 바꿔 이 대표에게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종종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으나, 실제로 추가 만남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출퇴근 풍경도 달라졌다.
취임 첫날 안가에 머물렀던 이 대통령은 그 다음 날부터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던 한남동 관저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인천 계양에 있는 사저에서 대통령실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보수가 마무리 될 때까지 당분간 이곳에서 머물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낮은 경호’ 기조에 따라 경호처장으로 임명한 황인권 전 육군 대장에게도 “앞으로 대통령 출근한다고 너무 길을 많이 막지 않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윤 전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가 정비될 때까지 취임 후 약 6개월 간 서초동 사저에서 청사까지 출퇴근을 했다. 약 7㎞ 거리다. 윤 전 대통령이 출퇴근을 할 때는 경찰과 경호 인력이 동원됐고, 교통통제가 이뤄져 시민 불편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 당선 후 미국 대통령과 처음 통화한 시점은 이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보다 늦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인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20분간 통화를 했다. 통상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 직후나 취임 직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시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당선 당일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20분가량 전화 통화를 한 바 있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와도 당선 다음 날 약 15분간 통화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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