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이란 사이 두쪽난 예멘…수에즈 운하 정상화 다시 안갯속

2025-12-12

홍해와 수에즈 운하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이 서로의 후원 세력을 이용해 예멘에서 파워 게임을 벌이면서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는 이달 초 예멘 동부 하드라마우트와 알마하라 두 주를 장악했다. STC가 이번에 몰아낸 세력은 친사우디아라비아 성향의 부족 연합과 친정부 부대다.

STC는 그동안 아덴 등 옛 남예멘 핵심 지역을 사실상 통제해왔다. FT는 “STC가 이 공세를 계기로 남부 예멘 전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아흐메드 나기 국제위기그룹(ICG) 예멘 분석가는 FT에 “이번 사태는 판도를 바꿀 만한 게임체인저”라며 “사우디와 UAE가 어느 정도까지 공통분모를 찾느냐에 따라 향후 국면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걸프의 새로운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STC가 기세를 올리면서 남부·동부 산유지·항만은 UAE가, 북부·홍해 연안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이 예멘에서 힘겨루기에 들어간 형국이 됐다. 사우디가 후견을 맡은 예멘의 국제 인정 정부는 입지가 더 좁아졌다.

문제는 이 같은 UAE의 확장 기조에 자극 받은 이란과 후티 반군이 홍해와 수에즈를 오가는 상선을 인질로 잡고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후티는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하며 이스라엘 등 서방과 연계된 선박을 겨냥한 적이 있다. 그 결과 18개월 간 100척 이상의 선박이 공격을 받았고 상선의 약 60%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 우회로 등 대체 항로를 찾아야 했다.

후티 반군 입장에선 STC의 작전을 포위망으로 해석할 만하다. 실제 STC 인사는 FT에 “이슬람 무장조직을 겨냥하고 후티로 향하는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며 “이 지역을 안정시키고 우리가 보유한 모든 작전 구역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안보·군사적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후티 반군이 미국과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미 국무부는 11일 성명에서 “후티 반군이 예멘 주재 미국 공관의 현지 직원과 전직 직원들을 불법 구금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체포와 허위 재판은 후티 반군이 자국민 테러에 의존해 권력을 유지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로써 홍해-수에즈 운하 항로의 정상화를 둘러싼 기대 역시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FT에 따르면 지난 10월 가자전쟁 휴전, 그리고 지난달 후티 반군의 공격 중단 시사가 이어자 프랑스 선사 CMA CGM은 인도와 미국 동부를 잇는 ‘인디아 아메리카 익스프레스’를 다음달부터 수에즈 통과 왕복 정규 노선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FT는 “홍해 항로 전쟁위험 관련 보험료가 정점이던 2024년 중반보다 약 70%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머스크, 하팍로이드 등 다른 글로벌 선사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빈센트 클레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FT에 “홍해로의 복귀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 중단과 재개 조치가 정치적 상황에 반복된 만큼 상황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10년 된 내전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며 “중요한 해상 교역로 인근 국가에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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