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목사 떠난 토렌스 조은교회, 다음 차례다

2025-05-11

과연 예수가 살아있다면 오늘날 교계에서 청빙을 받을 수 있을까.

택도 없다. 스펙이 좋나, 외적으로 번지르르하나. 그렇다고 달랑 12명뿐인 제자를 몇 배씩 불리기를 했나.

최근 토렌스 조은교회 김우준 목사가 한국 분당의 지구촌교회 담임목사로 확정되면서 또 한번 청빙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7일 고별 설교를 끝으로 그는 사임했다. 청빙 소식을 교인들에게 전달한 지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교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목사를 떠나보내야 했다.

김 목사는 최소한의 도의는 지키고자 했나 보다. 교회 측에 따르면 한 달간 인수인계를 하면서 장로들과 함께 담임목사 청빙을 돕기로 했다.

매번 논란인 한인 교계의 청빙 풍토는 절대로 바뀔 수 없는가. 현실은 심각하다. 같은 패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상대 교회와 절차나 합의도 없는 일방적 청빙이 막무가내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복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부터 그러려니 한다. 청빙도 마찬가지다. 일정하고 동일한 자극, 패턴에 노출될 경우 의식이 둔해지는 ‘감각 순응(sensory adaptation)’이다.

청빙하는 교회가 상대 교회를 배제한 채 목회자 개인에게 제의를 한다. 스카우트 목록에 오른 목회자는 남몰래 결정을 내린 다음 소속 교회에 청빙 사실을 알린다. 거의 통보에 가깝다. 청빙이란 단어는 ‘부탁하여 부른다’의 뜻을 담고 있는데 현실을 보면 청빙보다 차라리 목회자 영입이란 표현을 쓰는게 맞다.

교회가 진정한 영적 또는 신앙 공동체인가. 직장, 회사 등이 아니라면 이런 방식의 영입, 청빙 수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목사를 청빙한 교회도, 제의를 받고 떠나겠다는 사역자를 탓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기도하고 결정했다” “하나님의 뜻이 그렇다” 등의 종교적 언어는 청빙과 사임의 명분을 뒷받침한다. 종교라는 특수 영역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들은 설령 물음표가 생기더라도 다 덮어버릴 수 있다.

물론 목사도 종교인이기에 앞서 인간이다. 얼마든지 교회를 옮길 수 있다. 좋은 목회자를 청빙하겠다는 교회들의 몸부림도 딱히 지적받을 일은 아니다.

단, 아이러니하다. 기도 후 부르심에 따라 순종하는 마음으로 떠나는 목사들은 왜 매번 ‘상향 이동’만 하는가. 적어도 교계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내는 목사들 중에 ‘하향 이동’의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청빙을 시도하는 교회도 마찬가지다. 솔직하자. 현재의 교회를 적어도 유지 또는 더 키우려면 소위 ‘스타성’을 가진 목사가 필요하지 않나. 겉으로는 교회의 본질을 교인 수나 외형적 규모로 규정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면서, 암묵적으로 목회자의 영향력은 다른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교인 수를 얼마나 늘렸는지, 학벌은 어떤지, 설교 시 말발은 얼마나 좋은지, 어떤 전략과 시스템으로 교회를 키웠는지 등이 주요 요소로 꼽힌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교회가 몇이나 될까.

목회자 청빙 문제는 ‘부흥’의 의미가 왜곡된 교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스펙’이 목회자의 조건이 되다 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꼴이 됐다.

교회는 매번 세상과 구별돼야 한다고 외친다. 청빙 실태를 보면 그런 외침은 너무나 무색하다. 사회의 여느 집단과 크게 구별되는 부분이 정말 있는가.

작금의 현실은 기본적인 상식과 투명하지 못한 과정이 빚어낸 결과다. 설령 예수가 살아있다 한들 뾰족한 수가 있겠나. 오늘의 ‘피해 교회’가 내일의 ‘가해 교회’로 변하는 구조가 고착된지 오래다.

이런 풍토가 바뀌려면 최소한의 상식과 상대 교회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목사가 정말 필요하다면 상대 교회에 청빙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충분한 합의와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다음 상대 교회가 교인 투표 등을 통해 내리는 결론에 대해서는 청빙 과정이 투명했고 합당한 절차를 따랐기 때문에 양 교회가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성숙함 역시 갖춰야 한다.

이제 목사를 잃은 토렌스 조은교회가 다음 차례가 됐다. 자신들이 겪은 당혹스러웠던 감정을 타교회에 고스란히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비상식의 사슬을 끊겠는가. 선택의 순간이다.

장열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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