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메리칸 드림과 별도로 캘리포니아 드림이 있다. ‘둘 다 문제다’라고 하기엔 무시할 수 없는 비전이 살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독립국이라면,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4위 경제 대국이다. 지난해 GDP가 4조 1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일본을 5위로 밀어냈다. 미국 주 중 가장 많은 인구와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중 54명을 보유하고 있어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하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경제적 위상 또한 압도적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이러한 정치적·경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연방 정부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연방 정부의 방침과 다른 독자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연방 정부의 관세정책에 제동을 걸어달라는 소송을 연방 법원에 제기했다. 연방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캘리포니아가 이번에는 관세정책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연방 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1977)을 관세 정책의 법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 법은 원래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되었으나, 최근에는 무역 정책의 광범위한 도구로 활용되면서 그 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논란과는 별도로 보다 본질적인 논쟁이 미국 헌법학계에서 불붙고 있다. 관세 정책의 최종 결정권, 다시 말해 무역정책의 ‘지휘탑’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특히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236년 전 헌법 제1조 8항을 통해 관세 정책에 대한 권한을 연방 의회에 부여했다. 또한 관세 정책을 포함한 무역통상 정책 전반에 걸친 결정권과 통제권한도 헌법 제1조의 통상조항(Commerce Clause)을 통해서 연방 의회에 부여했다.
미국 헌법 제정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효율성과 신속성을 위해 연방 의회가 연방 정부에 일부 권한을 위임하였지만, 현재의 관세정책이 그 위임의 범위를 넘어섰는지 아닌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다. 이 과정에서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절묘한 ‘마법’을 보게 될지 아니면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수출 주도형 경제를 버팀목으로 성장하는 한국 역시 이러한 미국의 관세전쟁 사령탑 논쟁에서 배울 것이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국제무역 환경 속에서 한국의 무역통상 정책을 지휘할 ‘사령탑’을 어떻게 정비해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할 것인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 KAIST 겸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