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첫날부터 수 만명의 독자들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폐막일인 22일까지 닷새간 약 15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독일 등 해외 16개국의 100여 개 출판사 및 관련 기관이 참여해 한국과 세계 출판계를 잇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입장 시간인 오전 10시 전부터 코엑스 1층 A홀과 B1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한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서전 입장권은 12일 예약 단계에서 조기 매진돼 현장 구매가 불가능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될 정도로 도서전 입장권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서울국제도서전은 안전을 고려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약 15만 명으로 입장객 수를 제한할 방침이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교보문고 관계자는 “평일인데도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이 체감된다”며 “주말에는 인기 부스 앞을 걷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믿을 구석’이다. 전쟁과 환경 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위험 속에서 각자가 희망을 걸고 있는 ‘믿을 구석’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자는 취지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책은 영혼이자 미래”라며 “독서는 인간 삶을 발전시키는 양식이며 도서전은 삶을 사랑하고 개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530여 개 출판사와 서점의 부스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 ‘작가와의 만남’에는 김금희, 김초엽, 정보라, 천선란, 심보선, 장강명 등이 참여하고 이세돌 9단, 영화감독 박찬욱, 최강록 셰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도 북토크에 나선다. 주제 전시 중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40권이 관심을 끌었다. 4개 분야별 최고의 책을 시상하는 행사도 열렸다.
대형 출판사 부스는 현장에서만 판매하는 도서와 굿즈를 사려는 인파로 붐볐다. 창비, 김영사, 시공사, 민음사 등 대형 출판사들은 도서전 특별 도서를 내거나 책갈피, 쿠션, 펜 등의 굿즈를 마련해 관람객을 맞았다. 배우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무제’ 출판사,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여한 평산책방, 이옥토 작가의 책갈피를 판매하는 유어마인드 등의 부스는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창비의 강서영 마케팅 부장은 “매년 방문객이 늘고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도서전의 열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일상적인 독서와 도서 구매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도서전에는 20~30대 여성들이 주 입장객이었다. 대학생 김수정 씨는 “평소에도 독서클럽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며 “책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만큼 도서전에는 평소에 사기 힘든 굿즈를 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국제 부스 등에서는 국내외 출판사 간 저작권 거래 상담도 활발히 이뤄졌다. 호주 부스에서는 총 6개 어린이책 출판사의 관계자들이 시간대별로 국내 출판사 및 작가들과 연쇄 미팅을 진행했다. 하디그랜트 출판사의 마리사 핀타도 편집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처음 참가했다”며 “호주의 동화책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의 좋은 동화책도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 최대 출판사 엑스모의 코롭키나 타티아나 편집자는 “SF 장르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왔다”며 “한국 도서의 저작권 구매에도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서전의 사유화와 운영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9개 출판·사회 단체로 구성된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는 이날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의 사유화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운영 주체인 ㈜서울국제도서전의 설립 과정에서 주주 명부 비공개, 공청회 미실시 등 투명한 절차가 부족했으며 일부 법인과 개인이 지분을 독점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