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캐릭터처럼 용기를 갖고 힘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매일매일 준비하고 있어요. "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6층 하늘정원(야외공원)에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모바일 게임 '쿠키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콘텐츠 기업 데브시스터즈가 백혈병과 싸우며 입원해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간식차였다. 이번 간식차 기부는 항암과 이식치료를 받느라 힘들어하는 동생과 형, 누나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15살 소년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이 병원에서 통원 치료 중인 최림(남·15세) 군이 우연히 ‘쿠키런투유’ 이벤트를 접한 뒤 사연을 접수했고 깜짝 방문이 이뤄졌다. ‘쿠키런투유’는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출시 16주년을 맞아 준비한 간식차 이벤트다. 쿠키런 용기 탐험대가 웹사이트에 접수된 사연 중 한국, 미국, 대만, 태국, 일본에서 선정된 팬을 간식차와 함께 직접 찾아가 응원한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최군은 3년 전 중학교 재학 시절 피곤함과 감기 증상을 느껴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해 재발해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을 오게 됐다. 최군은 작년 11월 아버지로부터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퇴원해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입원 생활 중 통증을 덜기 위해 모바일 게임을 했다는 최군에게 이번 이벤트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병동에서 특별한 날이면 불을 끄고 다 같이 모여 노트북으로 영화를 봤었던 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았었고, 그러한 소소한 행복 덕분에 웃으며 투병생활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접수한 사연에는 아픈 아이들을 옆에 24시간 함께 하는 보호자들도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길 바라는 간절함도 담겼다.
과자와 음료수를 가득 실은 간식차가 도착하자 입원 병동의 환아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부분의 환아들은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가고 싶어도 감염 위험 때문에 가질 못한다. 캐릭터 인형으로부터 간식을 직접 전달받는 경험은 병동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최군은 이전에도 소아혈액종양 환아들을 위한 치료용 보습로션을 기부받은 적이 있다. 조혈모세포이식 후 발생하는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반응(GVHD)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에 따라, 피부에 발진과 가려움증이 심해지던 중 피부에 잘 맞는 로션을 찾아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실 한쪽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공병을 발견한 소아청소년완화의료팀 사회복지사가 최군에게 함께 감사편지를 보내보자고 제안했다. 소아청소년완화의료팀 ‘솔솔바람’은 치료 과정에서 겪는 통증, 질환에 따른 불편한 증상, 그리고 심리적 스트레스 등 몸과 마음의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통합적 의료 서비스다. 솔솔바람의 도움으로 최군이 보낸 편지를 계기로 기업의 후원이 이어졌고, 환아들에게 꼭 필요한 화장품이 전달될 수 있었다.
최군의 소원은 빨리 학교에 돌아가 친구들을 사귀고 다시 재밌게 놀아보는 것이다. 학교에 못 간지 너무 오래돼 동갑인 친구가 없다는 아쉬움이 큰 탓이다. 그런 최군에게 ‘라파엘 어린이학교’가 위안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치료 과정에서도 학교라는 울타리를 경험하며 친구,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어울리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일종의 병원 안 학교다.
최군은 “항상 곁을 지켜주는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직장 때문에 같이 지낼 수 없지만 조혈모세포도 기증해주고 늘 응원해준 아빠와, 저에게 건강을 되찾아 주시기 위해 늘 세심하게 치료해주시는 조 빈 교수님과 의료진 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함께 투병 중인 환아들을 향해서는 “치료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이겨내어, 몇 년 안에 꼭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응원했다.
라파엘 어린이학교장이자 주치의인 조 빈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 교수는 “림이를 포함해 투병 중인 아이들이 하루빨리 완치되어,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