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곧 같은 길을 간다는 뜻이다. 같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고자 하는 방향이 서로 같아야 한다. 각기 다른 방향의 차표를 가지고서 같은 차를 탈 수는 없다. 물론, 세상 길이라는 게 기차의 방향처럼 뚜렷하게 갈려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같은 길이라고 여길 정도로 서로 비슷하다. 사회의 저변에 공통의 역사관과 가치관이 깔려있으면 사회구성원들은 수월하게 같은 방향의 길을 가며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이다. 반면에 역사관과 가치관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사회를 이루게 되면 서로 으르렁댈 수밖에 없다. 갈등과 분열의 사회이다.

우리는 ‘한마음 한뜻’이라는 말을 참 많이 사용해 왔고 지금도 월드컵, K문화 등 국가적 경사 앞에서 곧잘 한마음 한뜻을 이루곤 한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에 이 ‘한마음 한뜻’에 엄청난 균열이 생겼다. 함께 일을 도모하기는커녕 내란을 넘어 내전을 염려할 정도로 갈등이 심했다. 이제, 길이 같지 않아서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없다는 증오를 버려야 한다. 동성상응(同聲相應)! 같은 소리라야 서로 호응한다. 지금은 포용력과 함께 동성상응을 회복하여 함께 남북통일도 도모하는 평화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