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엣지 출시’ 대목까지 놓친 SKT…“KT에 점유율 역전될지도”

2025-05-08

SK텔레콤(017670)이 해킹 사고 여파로 스마트폰 신작 마케팅까지 막히면서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통신사에게 신작 출시는 가입자를 크게 늘릴 수 있는 ‘대목’으로 꼽히지만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수습차 신규 모집을 중단해 경쟁사로의 일방적인 가입자 이탈을 허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가입자 이탈을 부추길 위약금 면제 압박까지 거세지자 일선 대리점들 사이에서는 SK텔레콤이 시장 점유율 1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고조된 상황이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이 이달 13일 공개될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5 엣지’의 유심(USIM) 신규 가입을 받을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앞서 SK텔레콤의 해킹 사고 여파로 유심 교체 물량이 부족해지자 수급이 안정되기 전까지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심(eSIM)을 통한 영업은 가능하지만 아직 국내에 보편화하지 않은 방식이라 가입자 유치에 한계가 따른다. 이에 SK텔레콤 공식 대리점과 온라인몰에서는 다음주 신제품 사전예약도 기존 가입자의 기기변경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S25 엣지뿐 아니라 7월 ‘갤럭시Z플립7’과 ‘갤럭시Z폴드7’, 3분기 SK텔레콤 전용 양자보안폰 ‘갤럭시퀀텀6’ 등도 잇달아 출시가 준비되고 있다. SK텔레콤이 해킹 사고 여파로 신제품 출시라는 통신업계 ‘대목’까지 놓치게 된 것이다. ‘갤럭시S25’가 출시된 올해 2월 한달 번호이동 건수가 7년 만에 최대인 57만여 건을 기록하는 등 새 스마트폰이 나오면 신규 가입 수요가 크게 느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갤럭시폰 시리즈 역대 가장 얇은 두께로 사용자들에게 기대받는 제품이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이 심해질 우려도 커졌다. 경쟁사 KT와 LG유플러스는 일부 대리점에서 이미 갤럭시S25 엣지 사전예약 이벤트를 안내하는 등 가입자 쟁탈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영업 재개를 위해 수급 안정화를 서둘러야 하지만 가입자 2300만 명, 유심 교체 예약자만 780만 명인데 반해 물량은 이달 말에야 500만 개, 다음달 추가로 500만 개가 계획돼 당분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로 전날까지 26만 명이 다른 통신사로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신제품 마케팅 경쟁에서 밀릴수록 점유율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약금 면제 압박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위약금 면제는 그 자체로 조(兆) 단위의 재무적 부담일 뿐 아니라 가입자 이탈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해킹 사고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약금 면제가 현실화할 경우) 한 달 기준 최대 500만 명까지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경우 위약금과 매출까지 고려하면 3년간 7조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본사뿐만 아니라 대리점 다수도 가입자 이탈과 위약금 면제에 따른 막대한 손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T월드 대리점을 대표하는 SK텔레콤 전국대리점협의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위약금 면제 관련 상황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점주들은 위약금 면제가 이뤄질 경우 “부동의 1위인 SK텔레콤이 KT와 LG유플러스 밑으로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 “무조건 업계 순위가 바뀔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이런 입장을 외부에 호소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아직 해킹 사고에 따른 가입자 불안감이 크다는 점 때문에 성명서 발표를 하진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수십년 간 휴대전화만 유통해온 베테랑들이 SK텔레콤의 지위가 위태롭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전례 없는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1990년대 중반 무선통신 상용화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 무선 시장에서 SK텔레콤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40.2%로 KT(22.8%)나 LG유플러스(20.4%)에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박대학 SK텔레콤 전국대리점협의회 부회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단속에 나선 이후 통신 3사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의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많이 축소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위약금 면제로 가입자 이탈 추세가 더욱 가팔라지면 업계 내 판도를 뒤바꾸기 위한 통신사들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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