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대장동 저격수’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류와 사이가 좋지 않던 한 전 대표에 대해 당내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지만, “화학적 결합까진 어렵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긍정 평가에 앞장서는 인사는 평소 한 전 대표에 우호적인 원로 언론인 조갑제씨다. 그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이번 대한민국 검찰 자살 사건은 한동훈 페이스로 가고 있다”고 쓴 데 이어 지난 16일 밤에도 “한동훈 한 사람의 새벽 기습공격으로 민주당 정권이 초토화됐다”고 적었다.
실제 한 전 대표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기점으로 스피드를 한껏 끌어올렸다. 검찰의 항소 포기가 확정된 지난 8일 0시부터 17일 오후 11시까지 페이스북에 올린 글만 143개에 달한다. 방송과 라디오도 매체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 한 번 꼴로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주된 타깃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글과 발언 내용을 종합해보면 한 전 대표는 ▶항소 포기가 대장동 일당에게 7000억원의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라 부당하고 ▶그로 인한 수혜도 이 대통령이 본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이 대통령이 대장동 일당을 편드는 것은 ‘공범의 의리’”(11일 페이스북)라거나 “대장동 일당 등으로부터 이 대통령 측이 협박받았을 것”(16일 KBS 방송 출연)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 저격에만 그치지도 않았다. 한 전 대표는 항소 포기 전날인 7일부터 “항소 포기하면 직권남용”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항소 포기가 현실화하자 8일 “검찰이 자살했다”는 글을 시작으로 강공을 펼쳤다. 9일 글에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은 직권남용 공범”이라고 했다. 16일 KBS 방송에서는 “(정 장관과 노 전 대행 등이) 감옥에 가야 하고 자기 재산으로 (추징에 실패한 금액을)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항명 프레임’은 코미디”라며 정부·여당 공격도 반박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냈던 박범계·추미애 의원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는 ‘공개 토론’까지 제안했다.

한 전 대표가 대장동 총공세에 나선 이유는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그가 항소 포기 논란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 전 대표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조사해 지난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응답자의 48%가 ‘적절하지 않다’고, 29%가 ‘적절하다’고 각각 답했다.
일각에선 “대장동 사건은 한 전 대표와 정치적 운명과 엮여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2023년 2월 법무부 장관 시절 대장동 개발 비리 등 사건으로 이 대통령의 국회 체포동의를 추진했지만 부결됐다. 이후 그해 9월 백현동 개발 비리와 대북 송금 사건 등의 혐의로 다시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려 가결을 주도했다. 하지만 막상 법원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한 전 대표는 정치적 후폭풍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 전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반등의 기회를 잡은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전 대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당선 이후 당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래서 내년 선거 때 출마가 거론되는 조국 전 위원장 등과의 논쟁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하는 것 아니냐”(당 관계자)는 분석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가 항소 포기 논란에 대처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각을 세우지 않은 것도 “나름의 전략적 판단”(국민의힘 관계자)이란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한 전 대표는 당과 같이 가려는 모습을 당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한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초선 의원은 “그간 내부 총질 등으로 얄미웠는데, 화살을 정부와 여당에 돌리니 훨씬 낫다”라고 했다. 반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친윤계와의 골이 너무 깊어졌고, 당원 게시판 논란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 여전히 주류와의 결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윤계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뭘 하든지 관심도 없다”며 “안 좋았던 관계가 투쟁 좀 한다고 달라지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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