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갈수록 문 굳게 걸어 잠근다… 난민 가족 재결합 신청 잠정 중단

2025-09-02

내년 봄 더 엄격한 이민 규정 마련 때까지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불법 이민 차단을 위해 난민 가족의 재결합 신청을 잠정 중단한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국 내 반이민 정서가 갈수록 더욱 격화되자 난민에 가장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노동당 정부조차 강경한 조치에 나서는 형국인 것이다.

이베트 쿠퍼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새로운 이민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난민 가족의 재결합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조치는 즉각 시행된다고 했다.

쿠퍼 장관은 "범죄 조직들이 (난민들의) 가족 상봉으로 위장해 불법 이주민들을 소형 보트를 태워 영국 해협을 건너도록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난민 신청에 성공한 사람들이 (해외에 있는)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생기기 전에 영국으로 데려오면서 각 지자체가 심각한 노숙자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쿠퍼 장관은 영국 정부가 불법 이민을 차단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절차와 심사를 도입할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망명 신청에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영국 체류 허가를 받은 뒤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1~2년을 기다렸는데 그 이후 이 기간이 평균적으로 한 달 미만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다른 국가들처럼 난민 신청 성공자가 가족을 데려오기까지 더 오랜 기간을 기다리도록 하는 규정을 내년 봄까지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퍼 장관은 난민이 가족을 영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난민 신청자들이 심사 기간 동안 호텔에 머무르는 시스템에 대한 항의 시위와 반발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과 난민 신청자들 간에 충돌과 폭력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난민 신청자가 경제력 여력이 없을 경우 숙박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영국 전역에서 400여개 호텔이 난민 수용 시설로 사용됐다. 이후 수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210여개의 호텔이 난민 수용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6월 현재 이들 호텔에 살고 있는 난민 신청자는 3만2000여명에 달한다.

쿠퍼 장관의 의회 발표에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BBC 방송 인터뷰에서 난민 수용 호텔의 폐지 목표 시한인 2029년을 가능하면 앞당기고 싶다고 말했다

난민 문제는 영국 정치권 판세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반이민 정당인 영국개혁당(Reform UK)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노동당과 보수당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며 "개혁당은 오는 2029년 여름에 치러질 차기 총선에서 집권할 경우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하겠다고 공약했다"고 말했다.

개혁당은 또 영국이 유럽인권협약(ECHR)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도보수인 보수당도 다음달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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