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률 2%에 머문 국내 펫보험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풀기 위해 반려동물 보험 전문 스타트업 '파우치보험준비법인(이하 파우치)'이 독립 보험사 설립을 추진한다. 파우치는 고객 중심 상품 설계와 기술 기반 운영을 통해 펫보험 시장 혁신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서윤석 파우치 대표는 AIA생명과 메리츠화재에서 약 12년간 생명·손해보험 상품을 개발했고, 이후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서 약 4년간 보험사업을 총괄했다. 특히 2018년 메리츠화재 재직 시절 국내 첫 반려동물보험 '펫퍼민트'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서 대표는 “2016년 반려견을 입양한 뒤 의료비 부담을 체감하며 펫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당시엔 가입할 만한 보험 상품이 없어 개발자로서 직접 해결에 나섰고, 그 결과물이 펫퍼민트였다”고 말했다.
펫퍼민트 출시 이후 국내 펫보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여전히 제도와 구조는 고객 중심으로 설계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펫보험 연간 수입보험료는 약 800억원 규모지만, 반려동물 보호자 전체 대비 가입률은 2%에 불과하다. 서 대표는 “보험료와 보장 범위, 보험금 청구 과정 등에서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전통 보험사 시스템으로는 집중 혁신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파우치는 보험업법에 따라 현재 '준비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험업 예비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을 대부분 갖춘 상태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언더라이팅과 보험금 지급 시스템도 자체 구축하고 있다.
파우치의 핵심 전략은 고객 중심성과 전문성이다. 보험계리사, 수의사, 핀테크 개발자 등으로 구성된 팀은 보험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디지털 기반의 효율성과 사용자 경험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 대표는 “기존 보험은 수익성과 판매 채널 중심으로 설계돼 보호자의 불편이 컸다”며 “우리는 수의사와 보호자, 병원 종사자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사용자 중심 서비스를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우치는 펫보험을 기반으로 반려동물 헬스케어, 라이프케어, 커머스 플랫폼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투자 유치와 기술 개발도 병행 중이며, 이를 통해 플랫폼 경쟁력과 생태계 내 B2B·B2C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서 대표는 “미국의 Trupanion, 영국의 ManyPets, 일본의 Anicom 등 글로벌 펫보험 기업들을 참고하며 중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와 북미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에 보험업 본허가를 받고 펫보험 신계약 기준 시장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
서 대표는 “펫보험 시장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고, 고객 중심 혁신의 여지가 많다”며 “독립 보험사로서 고객과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