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삼킨 청년 채용…50대 고용 오히려 증가

2025-10-30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이후 국내 청년층 일자리가 급감한 반면 50대 이상 고령층의 고용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정형화된 사무·지식직 업무를 대체하면서 사회초년생에게 고용 충격이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 관련 연구가 발표된 이후 한국에서도 한국은행 보고서를 통해 한국 사례가 처음 확인된 것이다.

한은이 30일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2025년 7월까지 3년간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000개 줄었다. 이 가운데 98.6%는 AI 노출도가 높은 상위 3·4분위 업종에서 발생했다. 반면 50대 이상 고용은 20만 9000개 늘었으며 이 중 69.9%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시니어층이 업무 맥락 이해, 대인관계, 조직 관리 등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역할을 담당하며 관리자급으로 포진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오삼일 한은 팀장은 “AI 확산 초기 청년층 고용이 위축되고 시니어층 고용이 증가하는 ‘연공 편향 기술 변화(seniority-biased technological change)’ 현상이 한국에서도 확인됐다”며 “미국 스탠퍼드대·하버드대 연구와 유사한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 가입자 1600만 명의 데이터를 산업별·연령별로 세분 분석하고, AI 노출도와 보완도 지수를 함께 평가했다.

특히 AI 노출이 높은 4개 업종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출판, 전문서비스, 정보서비스업에서 청년층 고용은 챗GPT 등장 이후 크게 감소했다. 업종별 감소율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11.2%, 출판업 20.4%, 전문서비스업 8.8%, 정보서비스업 23.8%다. 오 팀장은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청년층 고용 감소가 두드러졌지만 사회적·물리적 상호작용이 중요한 보완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감소 폭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완도가 높은 업종에는 보건·교육서비스업, 출판업, 전문서비스업, 항공운송업 등이 포함된다.

경력별로는 저연차 근로자의 업무시간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5년 미만 경력 집단의 평균 업무시간 감소율은 4%였으나, 11년 이상 경력자는 2.9% 수준이었다. 학력별로는 저연차 대졸·석사 집단의 AI 활용 업무 감소율이 각각 5~7.6%로, 고졸(0.8%)과 박사(3.7%)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상위 수준 학력 계층이 AI 대체 업무에 상대적으로 노출되기 쉽다는 의미다.

오 팀장은 “AI로 인한 고용조정은 임금 삭감보다는 채용 축소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들은 불확실성과 비용 절감 요인 속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기업들은 AI와 협업 가능한 인재 양성, 직무 재설계, 스타트업 창업 지원 등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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