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로 교량 건설 현장에 무인 로봇이 투입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교량 주요 구조물인 거더를 작업자 대신 로봇이 원격으로 정밀 설치하는 '교량용 거더 원격정밀거치 기술'을 실증했다고 11일 밝혔다.
건설업은 국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체 584건 중 297건, 2024년 553건 중 272건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거더 설치 과정은 교각 위 고소작업이 불가피해 추락사고 위험이 컸다. 이번 기술은 지상에서 원격제어 로봇을 조종해 거더를 맞추는 방식으로, 작업자가 높은 곳에 오르지 않아도 돼 인명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이 기술은 건설연 구조연구본부 첨단설계시공그룹이 주도하고 한국로봇융합연구원, SB엔지니어링, 동일기술공사가 공동 참여해 개발했다. 2020년 개념 설계를 시작으로 2023년 한국도로공사와 테스트베드 교량 실험을 거쳤고, 올해 9월 국가철도공단 시공 현장에 적용했다. 특히 SB엔지니어링의 단부절취형 거더(오뚜기거더)와 결합해 거치 후 전도 위험을 줄여 안전성을 높였다.
박선규 원장은 “교량 현장에서 로봇으로 거더를 설치한 것은 세계 첫 사례”라며 “고위험 작업을 무인화해 중대재해 없는 건설 현장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한국도로공사가 총괄한 스마트건설기술개발사업 '도로구조물 원격·자동화 시공 기술 개발'의 지원으로 추진됐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