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투자” 李 공약에 화답하는 금융권

2025-06-21

주요 금융사들이 지속가능한 장애인 일자리 확산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장애인 채용 기업에 지분투자를 하거나 장애인들이 생산한 물품을 대량 구매하는 식이다. 발달ㆍ정신 장애인 지원 확대, 현장 중심의 돌봄ㆍ고용 연계 강화라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추려는 의도가 반영된 거란 해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장애인 연계 고용제도’를 통해 올해 들어서만 26억6000만원 규모의 장애인 물품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약 15억원 어치 도급 계약은 이미 완료했다. 장애인연계고용제도는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인 기업이 장애인표준사업장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장애인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고용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계열사 맏형인 우리은행은 지난 1월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9억원 상당의 사은품용 쌀 4만 세트를 구입했다. 이를 시작으로 복사용지, 커피 원두, 쇼핑백 등도 장애인 기업에서 납품받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카드 등 나머지 13개 계열사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밀알꿈씨ㆍ해봄비 등 장애인표준사업장 8곳이 약 40명의 발달장애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실질적인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은 2023년부터 지분투자형 장애인 표준사업장(투자 지분에 비례해 장애인 고용으로 인정)을 통해 장애인 간접고용을 늘려왔다. 은행ㆍ증권ㆍ캐피탈 3사가 사회적기업 브라보비버에 대한 지분 투자로 인정받은 장애인 간접고용 규모는 2024년까지 2년간 48명이다. 더불어 브라보비버에서 생산된 문구류, 과일청ㆍ쿠키 세트 등을 연간 4조원 가량 구매해 지역사회와 복지기관 등에 기부하고 있다.

KB증권은 정부 기관과 협업해 ‘섬섬옥수’라는 장애인 직접 고용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KB증권이 중증 청각장애인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면, 장애인고용공단이 이들에게 기초 네일케어 훈련을 받도록 지원한다. 이후 코레일 지하철 역사 내 유휴공간에서 이용객들에게 네일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건 물론, 시민들에게 이를 홍보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도 2021년부터 장애인표준사업장을 통해 커피 원두, 화훼 등 10억7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해왔다. 이를 통해 창출된 장애인 간접고용 규모는 4년간 28명 정도다. 2021년 2명 수준에서 지난해 12명까지 확대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사는 대면 서비스직이 많다 보니 장애인 직접 채용에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 대안으로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고, 올해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지분투자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오는 8월부터 발달 장애나 경계성 지능을 가진 청년들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부모 동반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말까지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인턴십 참여자는 6개월간 보호자와 함께 2인 1조로 현장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체계적인 직무 교육은 물론 문화 체험 등 사회성 향상을 돕는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또 사업장 대표자들에게는 장애에 대한 이해 교육, 정기적인 컨설팅을 진행해 인턴십이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장애 청년 보호자들의 돌봄 부담 경감은 물론 구인난을 겪고 있는 사업장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5%인 264만명으로 6가구당 1가구다. 하지만 장애인 월평균 소득은 전국 가구 평균소득의 63%인 약 300만원 수준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장애인 일자리 확대는 소득 보전뿐 아니라 사회 참여를 통한 자존감 회복과 자립 지원의 의미가 크다”며 “금융권이 장애인 고용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금융 혜택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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