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명소 ‘페어옥스 버거’
6개월 만에 재오픈 행사
“지역 재개발 신호탄 될 것”

“화마로 폐허가 된 알타데나가 다시 일어서는 데 기여 해야죠.”
한인 가족이 운영하는 알타데나 지역의 명물 햄버거 식당 ‘페어옥스 버거’가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1월 이튼 산불 여파로 문을 닫은 지 6개월 만이다.
‘페어옥스 버거’는 지난 14일 주민들과 함께 시끌벅적한 재오픈 행사를 가졌다. 38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이기선(81), 유정자(75)씨 부부는 모처럼 밝은 미소를 머금고 분주히 움직였다. 부부는 이날 주민들을 위해 햄버거, 샌드위치, 데리야키 차우멘 등 1000인분의 음식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페어옥스 버거’는 지난 1월 대규모 화재 당시 운 좋게 화를 면했다. 주변은 다 잿더미가 됐지만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고 내부에는 재가 쌓여 영업이 불가능했다. 본지 2월11자 A-1면
이씨는 “6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감개무량하다”며 “응원해준 주민과 한인 사회에 너무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부인 유씨도 “재개장 행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 몰랐다”며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페어옥스 버거’의 운영은 부부의 첫째 딸 재닛과 작은딸 크리스틴이 도맡고 있다. 이날 재오픈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들 자매다. 재닛씨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며 “모두 긍정적인 자세로 동네 재건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크리스틴씨는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 재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걱정은 되지만 커뮤니티에 희망을 준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7년 단골이라는 올리버 스미스씨는 “페어옥스 버거가 살아남아 누구보다 기분이 좋다”며 “우리 동네 재건에 상징적인 신호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LA에인절스 경기 중계를 하다 지금은 LA다저스 경기 중계를 하는 야구 전문 방송인 호세 모타도 이날 페어옥스 버거를 찾았다. 이씨 가족과 친분이 있다는 모타는 “이씨 가족을 놀라게 하고 싶어 행사에 깜짝 참석했다 방문했다”며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어옥스 버거’는 산불 이후 지역 재건을 위해 여러 단체와 협력해왔다. 식량 지원 단체 ‘푸드 포 헬스(Food for Health)’와 함께 한 파머스 마켓도 그중 하나다.
지난 3월 7일부터 매주 토요일 식당 주차장에서 파머스 마켓을 열었다. 지금까지 450여 가구에 식량을 지원했고 재오픈 행사 당일에도 파머스 마켓을 함께 열어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푸드 포 헬스’의 카를로스 마로퀸 프로그램 디렉터는 “파머스 마켓을 열 장소를 물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많은 곳에서 거절당했지만, 페어옥스 버거는 커뮤니티를 위해 흔쾌히 공간을 제공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알타데나는 페어옥스 버거와 함께 회복 중”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곳이 이제는 재기의 상징이 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도 페어옥스 버거에 감사를 전했다. 르네 페레즈 가주 상원의원(25지구)과 존 하라베디안(41지구) 가주 하원의원(41지구)은 이날 감사패를 보내왔다.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남을 돕기가 쉽지 않은데, 페어옥스 버거가 그 일을 해줘서 고맙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두 딸이 식당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에 더 많은 봉사를 할 것”이라며 “섬기는 자세로 받은 만큼 동네와 한인 사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딸들이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글·사진=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