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리 매킬로이는 올해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퀘일 할로 클럽에서 4차례 우승했다.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 14번 출전해 10차례나 ‘톱10’에 들었고, 컷 탈락은 한 번 뿐이다. 조던 스피스는 최근 이곳을 ‘로리 매킬로이 컨트리클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코스에 강하다는 얘기다. 이유는 무엇일까.
14일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매킬로이의 퀘일 할로 평균 타수는 69.48타로 다른 선수들의 평균에 비해 거의 한 타(0.92타) 낮다.
매킬로이가 퀘일 할로에서 강한 이유는 이 코스의 전장이 긴 것과 관련이 깊다. 전장이 7500야드를 넘는 퀘일 할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6번째로 긴 코스다. 이번 대회는 전장 7626야드로 열린다. 그런데도 이븐파 스코어는 72가 아닌 71이다.
이 때문에 매킬로이처럼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긴 선수가 유리하다. 매킬로이는 PGA 투어에 데뷔한 이래 드라이버샷 비거리 부문에서 6위 이하로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매킬로이는 긴 드라이버샷 비거리를 앞세워 티샷 부문 ‘SG(스트로크게인드·Strokes Gained)’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SG는 티샷부터 퍼팅까지 샷 별로 얼마나 이득을 얻거나 손실을 입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퀘일 할로는 티샷 부문 SG가 높은 선수가 우승할 확률이 높은 골프장 가운데 하나다. PGA 투어가 대회 우승자들의 티샷 SG를 비교해본 결과 퀘일 할로는 TPC스코츠데일과 이스트레이크에 이어 티샷 부문 SG 1위 선수가 우승할 확률이 세 번째로 높은 골프장으로 나타났다.
아이언샷을 살펴봐도 퀘일 할로는 매킬로이에게 유리했다. 퀘일 할로는 전장이 길어 두 번째 샷을 할 때 숏 아이언이나 웨지보다는 롱 아이언을 쓸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언 샷 SG를 살펴본 결과 매킬로이는 50~100야드에서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0.043타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200야드에서는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고, 200야드 이상에서는 0.074타를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매킬로이는 아이언 샷 거리가 길어질수록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롱 아이언을 쓸 일이 많은 퀘일 할로에서 강하다는 것이다.
골프다이제스트는 2013년 웰스 파고 챔피언십 3라운드에 7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이글을 기록한 선수는 매킬로이 한 명 뿐이었고, 지난해 긴 파4 홀인 9번 홀에서 3·4라운드 동안 나온 6개의 버디 가운데 2개를 매킬로이가 기록한 점 등을 매킬로이가 이 코스에 강한 사례로 소개했다.
또 한 가지는 매킬로이가 PGA 투어 첫 우승을 거둔 곳이 이곳이라는 점이다.
2009년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2010년 PGA 투어로 주 무대를 옮긴 매킬로이는 시즌 초반 매우 고전했다. 3월부터 4월까지 출전한 4번의 대회에서 최고 성적은 공동 40위에 불과했고, 두 번은 컷 탈락했다.
그해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컷 탈락한 뒤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가 5월 초 이곳에서 열린 퀘일 할로 챔피언십이었다. 매킬로이는 이 대회에서도 1·2라운드에는 72타·73타를 쳐 1오버파 145타로 간신히 컷을 통과했다. 선두와 격차는 9타나 됐다. 그러나 남은 이틀 동안 66타·62타를 치며 미국 무대에서 처음 우승컵을 들었다.
매킬로이는 최근 “퀘일 할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라며 “그곳에 가는 건 언제나 특별하다. 내가 PGA 투어 첫 우승을 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