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이 업계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게 마음 아파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살라고 말이죠.”
국내 1위 출판 물류 기업인 날개물류의 이강미 대표는 경기 파주시 본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출간한 에세이집 ‘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에 대해 “일반 독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 직원들, 동종 업계 종사자들은 한번쯤 읽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날개물류는 인쇄소에서 책을 수거해서 전국의 서점으로 배송하는 배본사다. 1990년 날개물류 창업 당시 27세이던 이 대표는 1톤 트럭 2대로 시작해 35년 만에 회사를 직원 250명의 대형 물류 기업으로 일궈냈다. 현재 날개물류는 국내 출판 물류의 60~70%를 담당하고 있다.
하루 수만 권의 책이 오가는 현장을 30년 넘게 지켜온 그는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언젠가 꼭 내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서 “그런데 막상 책을 내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내 인생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들었고 한편으론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줄 출판사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정작 그의 책은 출판 물류 업체 대표가 아닌 수필가로 등단한 이강미 작가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이 대표는 에세이집 출간을 코앞에 두고 계간 ‘시와문화’에서 2025년 상반기 수필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늦깎이 수필가로 데뷔했다. 수상작인 ‘함께라는 보물’은 에세이집에 부록으로 실렸다. 그는 “어렵게 출판사에 연락해 책을 내고 싶다고 했더니 ‘대필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순간 오기가 생겨 밤을 새워 한 달 만에 초고를 완성했고 출판사에 전달하기 전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수상자로 선정돼 정식으로 등단 작가의 자격으로 책을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픽업트럭으로 전국을 떠돌며 야채를 팔던 시절부터 날개물류를 창업해 4개 계열사를 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목차에는 25~63세까지 나이 순으로 에피소드를 정리해 이 대표의 인생사와 기업의 성장사를 연결 짓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거액의 땅 사기 사건 등 사업을 하면서 겪은 위기와 출산·육아, 암 투병 등 개인적 시련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인터뷰 도중 사업 초기에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일을 소개했다. 1990년대 후반 거래처인 한 출판사가 형사사건에 휘말려 출판물을 압수 당할 위기에 처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를 찾아온 검사에게 이 대표는 ‘이 사업은 제 인생을 걸고 하는 사업입니다. 저는 대통령이 와도 협조할 수 없습니다’라고 맞선 끝에 결국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이 대표는 “당시 이 일이 소문이 나면서 출판계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며 “업계 사람들에게 날개물류의 신뢰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주요 독자 층을 묻는 질문에 사실 자신의 에세이집은 누구보다도 회사 직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출판 물류는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일의 중요성에 비해 주변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업종”이라며 “회사가 커지고 직원이 늘다 보니 그런 부분이 가장 신경 쓰였는데 가족과 친구 등 주변에서 함께 읽고 응원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2030세대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제가 책에도 ‘간절하다’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간절함은 꿈을 이루는 날개입니다. 인생에서 날개는 남이 달아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 고민될 때 나이대별로 정리한 제 삶의 여정이 작은 팁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