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공존·공생'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

2025-06-09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콜롬비아의 일부 지역은 여전히 에너지와 교육의 이중 고립 속에 놓여 있다. 밤이면 어둠뿐인 마을. 등유와 같은 비효율적인 연료에 의존하며 가계소득의 10~20%가 그 어둠을 밝히는 데 쓰인다. 하지만 전등 하나 켜기 어려운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아이들의 배움과 미래를 빼앗고 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중도에 그만두는 아이들에게 교육은 그저 먼 희망일 뿐이다.

그곳에 ‘디자인’이 찾아갔다.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의 디자이너가 추진한 ‘솔라카우’ 프로젝트는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프로젝트다. 아이들이 태양광 충전 배터리를 들고 학교에 오면 충전 시간 동안 수업을 받는다. 이후 완충된 배터리는 집으로 가져간다. 충전된 배터리는 조명으로 쓰인다. 아이들은 배울 수 있고 가족들은 등유를 사지 않아도 된다. 이 ‘빛나는’ 장치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교육과 기회의 평등으로 이어지는 디자인의 힘을 보여준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과정 속에서 혜택을 받은 그들은 그 지역 최고의 커피 원두를 제공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론칭된 커피 브랜드 ‘아얀투’는 수익의 10%를 솔라카우 설치에 재투자해 방문객들이 직접 경험하고 기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가치를 위한 디자인의 선순환 구조다. 이탈리아 사회 혁신 디자인 전문가 에치오 만치니는 해당 프로젝트를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례는 지난해 서울디자인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9년 출범해 올해로 6회를 맞는 서울디자인어워드는 단순히 잘 만든 디자인을 평가하는 무대가 아니다. 세계에는 iF, 레드닷, 그리고 IDEA 등 수많은 디자인 어워드가 있다. 이 상들은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은 물론 사용자 경험과 사회적 책임까지 폭넓게 평가한다. 기업의 이윤과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목적이 조화를 이루며 이 상들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사회문제 해결, 환경문제 해결, 도시 공공성 회복이라는 명확한 방향을 중심에 두고 디자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삼는다.

그 바탕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흐르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연령, 성별, 국적, 장애 유무를 넘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이것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현대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디자인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묻고, 그 답을 삶 가까이에서 찾는다.

빅터 파파넥은 저서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디자인을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내려는 의식적이고 직관적인 노력”이라고 말했다. 사회성을 갖는 인간의 존재와 의미까지 디자인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촌 속에서 자연과 생명체, 이웃과 사회, 국가가 공존하면서 이타적인 디자인을 통해 공존·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질문하는 디자이너들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밤의 어둠을 밝히는 작은 빛처럼 디자인은 아주 작고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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