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을 잊었었다”…전 국민이 다시 타 마시는 ‘그 커피’ 정체는?

2025-11-05

“한 잔의 여유 대신, 한 잔의 절약”…다시 뜨는 ‘맥심 시대’

고물가 여파가 길어지면서 한때 구식으로 여겨졌던 ‘커피믹스’가 다시 식탁과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한 잔 5000원짜리 아메리카노 대신 300원짜리 믹스커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10년간 줄곧 감소세를 보이던 커피믹스 판매량이 반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만의 반전…커피믹스 판매량 ‘플러스 전환’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의 지난해 커피믹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맥심 모카골드’와 ‘화이트골드’ 등 주요 브랜드 판매량을 모두 합친 수치다.

커피믹스 판매는 2014년 이후 매년 감소세였다. 2022년 -2%, 2023년 -0.5%로 줄곧 내리막길이었지만, 지난해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국내 커피믹스 시장이 10년 만에 반등한 의미 있는 신호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고물가 시대의 합리적 소비가 만들어낸 구조적 변화”로 해석한다.

◆고물가 시대의 ‘작은 절약’…커피 한 잔도 가성비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원두커피 붐과 함께 전국 커피전문점 수가 10만개를 넘어서며, 믹스커피는 자연스레 구석으로 밀려났다.

최근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작은 절약’이 새로운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작은 절약’이 일상화됐다”며 “커피 한 잔도 이제는 합리적으로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외식과 카페 이용을 줄이고 집이나 직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빈도가 늘었다”며 “커피믹스의 간편성과 가격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엔 ‘믹스커피=낡은 문화’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엔 실용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믹스커피가 오히려 현명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커피전문점 포화 속 ‘실속형 대안’ 부상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단순한 경기침체의 부산물로만 보지 않는다.

포화 상태에 이른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커피믹스가 ‘대안 커피’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커피믹스는 ‘실속형 대안 커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재활성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식음료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반등은 소비 패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며 “향후 ‘프리미엄 믹스’ 등 세분화 제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커피믹스 업계는 최근 ‘프리미엄 블렌드’, ‘무설탕 라인’, ‘스틱형 고급 라떼’ 등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가성비+감성’이 결합된 뉴트로형 마케팅이 젊은 세대에게도 통하고 있다.

◆전문가들 “‘집콕’ 시대의 습관, 시장을 바꿨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즐기는 커피 문화’가 일상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재택근무와 혼밥 문화 확산으로, 간편하게 한 잔을 타 마실 수 있는 믹스커피의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회문화평론가는 “재택근무와 집콕 문화가 익숙해지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믹스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커피 한 잔도 이제 ‘생활비 관리’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음료 선택이 아닌 개인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소비 행태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랜드 전략 변화…“가성비에 감성을 더하다”

‘맥심’의 감성 광고나 ‘모카골드 타임’ 캠페인처럼, 브랜드들도 감성 마케팅을 통해 세대 간 인식을 좁히고 있다.

2030세대가 유입되면서 커피믹스는 이제 ‘부모 세대의 커피’가 아닌 ‘현실적인 커피’로 재정의되는 중이다.

커피믹스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를 겨냥한 감성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세대 간 소비 격차를 줄이고 있다.

커피믹스 판매 반등은 단순한 경기 변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브랜드들이 ‘가성비+감성’ 전략으로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커피믹스의 부활, 이제 시작일 뿐”

전문가들은 이번 커피믹스 판매 반등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시작으로 본다.

물가 상승, 포화된 카페 시장, 실속형 소비 문화가 맞물리면서 커피믹스는 다시 ‘생활 속 커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원두 커피 중심의 시장 구조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며 “믹스커피의 부활은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만족’을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작은 사치’ 대신 ‘작은 절약’을 택하는 시대. 그 중심에 다시 커피믹스 한 잔의 따뜻한 현실감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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