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대통령실 스타일
대통령 발언 중심서 질의응답 활발
“국무회의서 처음 발언해봐” 장관도
기자식당 자주 찾아 자유롭게 대화
SNS에는 매일 대국민보고 글 올려
‘내란’ 언급 자제… 국정운영에 매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달 동안 소통의 폭과 형식을 대대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의 소통’이 주로 정제된 형식과 딱딱한 틀 안에서 이뤄졌다면 이 대통령은 격식과 제한의 벽을 허물고 보다 자유롭고 직접적인 소통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을 맞아 3일 열릴 예정인 첫 기자회견에서도 특유의 활발한 소통 방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4일 취임 이후부터 공직사회·언론·국민 등 누구를 만나든 폭넓고 유연한 소통에 나서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의 소통 방식 변화는 국무회의 분위기부터 바꿔놓았다. 이 대통령 취임 후 국무회의는 기존의 ‘대통령 발언 중심’ 틀에서 벗어나 질의응답이 오가는 양방향 회의로 전환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발언해봤다’고 한 것이 달라진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과의 소통도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타운홀미팅을 열고 호남의 숙원사업이던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직접 좌장 역할을 하며 토론회를 진행했다. 타운홀미팅 참석인원은 당초 100명 이내로 제한해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제한을 두지 말자고 제안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자리로 진행됐다.
기성 언론과의 소통도 잦아지고 격식이 줄어들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식당 깜짝 방문이나 깜짝 티타임 형식으로 대통령실 기자단과 네 차례 만났다. 한 주에 한 번꼴로 기자단을 직접 만난 셈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주제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질문받고 때로는 먼저 언론에 질문하기도 하는 등 편안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상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이뤄지던 기자회견을 취임 30일 만에 하기로 한 것도 이 대통령의 소통 강화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소통도 강화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일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그날의 일정 관련 글을 여러 SNS에 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내란’에 관한 직접 언급은 가급적 자제하는 모습이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란 극복 프레임을 적극 활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일보가 이날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 대통령 발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소위 ‘내란 세력’이라는 표현은 취임 직후 현재까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진행한 브리핑에서도 내란 세력을 지칭한 표현은 없었다. ‘내란’으로 좁혀 조사한 경우, 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취임사와 10일 국무회의 단 두 번 발언 도중 ‘내란’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 중 10일 국무회의는 ‘내란 특검’ 임명에 따른 언급이었다. 강 대변인 브리핑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는 총 7차례 쓰였는데 마찬가지로 ‘내란 특검’에 대한 언급이거나 ‘내란’ 상황에 따른 경제 악화 등을 설명하는 도중 쓰였다. 대선 유세과정에서는 ‘내란 척결’을 강조한 이 대통령이지만 취임 이후에는 정치적 표현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적잖게 ‘내란 세력’이라는 표현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나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태도는 대통령실은 국정운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야당을 상대로 한 공세는 여당인 민주당이 도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지난달 4일부터 이날까지 당 지도부의 모두 발언 중 ‘내란 세력’이 언급된 횟수는 9차례다. 특검 출범을 전후해 ‘내란 세력 단죄’를 강조하는 발언이 나왔고 최근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박지원·이도형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