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이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과 핀테크 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24일 개최한 '핀테크 및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벤처투자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등장과 디지털 금융 기술 진보에도 불구하고, 2007년에 제정된 법이 여전히 산업을 규율하고 있다”고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김시홍 법무법인 광장 디지털금융팀 전문위원은 “전자금융거래법은 디지털금융의 뼈대와 이용자 보호를 규정하는 법이지만, 지금은 글로벌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낡은 규제로 전락했다”며 “핀테크와 혁신사업자를 단순한 규제 대상으로 보지 말고, '디지털금융기본법'으로 개편해 육성과 지원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이 △융합형 상품을 반영하지 못한 업종설계 △과도한 진입규제 △신기술 반영 부족 등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편이 지연되면서 새로운 지급수단과 사업자가 출현할 때마다 통신과금, 온투업, 스테이블코인 등이 규제 샌드박스 방식으로 법을 우회해서 사업화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특성과 위험 요인을 전자금융법에 반영하지 않으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자체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은 “전자금융거래법은 토큰화된 분산원장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기 부적합하다”며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 토큰 등 특성과 법률관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박사는 “스테이블코인은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가치저장, 자산거래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해외에서 활용도를 높이려면 금융사, 디지털자산사업자, 플랫폼기업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사가 준비자산 관리하고, 디지털자산사업자가 지갑 관리와 함께 해외거래소 상장을 맡으며,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내 스테이블코인의 이용과 정산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원화스테이블코인이 확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