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문 연 우영미 "르네상스 맞은 K컬쳐, 패션으로 연결 지어야"

2025-11-04

패션이라는 용어조차 국내에서 생소하던 1988년. 우영미 디자이너는 본인의 첫 브랜드 ‘솔리드 옴므’를 창립하고, 2002년 스스로의 이름을 딴 두 번째 브랜드 ‘우영미’를 파리 컬렉션을 통해 론칭하며 K패션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브랜드 ‘우영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유럽에서부터 카타르 등의 중동과 일본·홍콩 등의 아시아 등으로 뻗어나가며 현재 80여 개의 글로벌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대표의 하이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우영미’ 등 두 개의 브랜드로 구성된 ‘쏠리드’는 지난해 110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해외 매출이 40%를 차지할 정도다.

‘우영미’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국내 첫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 ‘우영미 이태원’을 오픈하며 고객들과의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우영미 디자이너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태원을 첫 스토어의 위치로 선택한 데 대해 “이태원은 문화의 다양성이 있는 곳이자 멀티문화의 상징”이라며 “브랜드 우영미 역시 동양도 서양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믹스된 브랜드인만큼 이태원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우영미’는 프랑스 파리에서 2개의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솔리드옴므’와 함께 들어선 ‘맨메이드 도산’을 제외하면 백화점과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되고 있다. ‘우영미 이태원’은 남성·여성복 매장과 카페 드 우영미, 루프탑 정원, 내년 2월에 문을 열 레스토랑 등으로 총 4개 층의 건물 1개 동을 모두 채웠다. 우 디자이너는 “스토어의 모든 공간과 가구에 공을 들인 만큼 고객들이 스토어에서 우영미 브랜드의 느낌을 받기를 바란다”며 “특히 2층에 마련된 아카이브홀에서는 소비자들이 영상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쇼피스(패션쇼를 목적으로 제작돼 판매되지 않는 의상)를 직접 만져보거나 입어볼 수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1세대 디자이너로서 우 디자이너는 패션 산업의 성장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볼륨이 작은 시장인데 국내 패션 대기업들은 해외 브랜드의 디스트리뷰터(distributor·유통업자)라는 한정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하나의 브랜드가 성장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 긴 세월을 기다려주지 못하다 보니 결국 자체 브랜드를 키우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성 세대는 패션에 대한 사대주의는 물론 열등감도 있다 보니 국내 브랜드보다 유럽 브랜드를 높게 쳐주곤 했는데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지금이 한국 문화에 있어 르네상스인 만큼 이런 응축된 에너지가 패션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패션의 방향성으로는 하이패션을 제시했다. 우 디자이너는 “가성비도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K패션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가지고 싶다’는 선망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흔히 ‘이탈리아 옷은 멋지다'거나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는 훌륭하다’고 하는 것처럼 한국 패션이 굉장히 근사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려면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패션은 문화와도 연결되는 만큼 하이패션을 통해 전 세계가 한국 문화의 고급스러움까지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 디자이너는 글로벌시장에서 ‘K패션’에 대한 대접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제 앞에서 ‘한국에 하이패션이 있느냐’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더라”며 “유럽에서는 사우스(south)와 노스(north)를 구분하지도 못했고 한국은 전쟁을 막 겪은 못 사는 나라로만 알고 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K컬처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다”며 “과거 우리가 이탈리아 남자들은 다들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은 유럽인들이 ‘한국 남자들은 다 잘생겼다'거나 ‘한국 사람들은 다 옷을 잘 입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고 미소를 띠었다.

우 디자이너는 최근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는 일명 ‘영포티’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유럽의 경우 나이에 국한되지 않고 본인의 취향과 바디(몸)에 따라서 옷을 입다 보니 우영미 브랜드의 특정 코트를 20대에서부터 할아버지까지 입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나이에 따라 신체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옷은 취향이나 성향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데 한국처럼 나이라는 박스 안에 씌워서 규정 짓는 것은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우영미' 브랜드에 대해서는 “엘레강스하면서도, 사람을 멋있게 만들어주는 옷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뷰를 소비자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소비자를 이해하고 이 사람이 내 옷을 입었을 때 어떻게 그 전보다 더 멋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요즘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서 스타일링이나 실루엣 등을 관찰하는 일도 쉬지 않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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