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2%대에 머무는 현상은 고용 호조가 아닌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결과라는 국책연구기관의 공식적인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실업률 하락의 68% 이상이 구직 포기 증가와 매칭효율성 개선 등 구조적 요인으로 설명된다”며 “특히 청년층의 구직 의욕 저하가 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착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늘며 실업률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냈다. 2005년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3.2%(123만명)에 불과했던 ‘쉬었음’ 인구는 2025년 5.6%(254만명)까지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25만명에서 41만명으로 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 생산가능인구가 17% 줄었음에도 비경제활동 상태에 머문 비율은 3.6%에서 7.2%로 두 배로 늘었다
이 가운데 ‘쉬었음’으로 답한 20대 중 30.9%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쉬고 있다’고 응답했다. KDI는 이를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부족과 청년층의 취업경쟁 심화로 인해 노동시장 참여 의지가 약화된 결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시장이 일부 회복됐지만, 구조적으로 청년층이 구직을 포기하는 비중이 늘면서 통계상 실업률이 인위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KDI 보고서에는 20대의 구직 포기 증가가 2015~2025년 실업률 하락폭의 최대 71%를 설명한다고 명시했다. 실업률이 실제보다 0.4~0.7%포인트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실업률을 낮춘 또 다른 요인은 구인과 구직 연결의 효율성, 즉 매칭효율성의 개선이다. KDI는 2015~2025년 매칭효율성이 약 11% 향상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구직자와 구인공고 수가 같을 때 신규 채용 건수가 100개에서 111개로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같은 개선은 디지털 구인구직 플랫폼 확산과 AI 기반 매칭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공공·민간 직업알선기관을 통한 구직 비중은 2015년 32%에서 2025년 71%로 늘어났다. 모바일 앱 기반 채용시장 확대, AI 추천 알고리즘 도입 등으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좋은 일자리와 적합한 인력이 이전보다 빠르게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KDI는 매칭효율성 향상이 실업률 하락폭의 23~45%를 설명한다고 평가했다. 매칭효율성 증가세가 절반 수준에 그쳤다면 올해 실업률은 0.2~0.4%포인트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실업률 하락에는 긍정적 요인(매칭기술 발전)과 부정적 요인(구직 포기 확산)이 공존한다는 게 KDI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최근 실업률 하락은 고용 여건의 개선보다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따른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직의욕이 떨어지면 인적자원 활용도 저하와 사회통합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KDI는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비정규직 중심의 일자리만 늘어나는 현실이 노동시장 이탈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가 고착되면 경제활동참가율이 구조적으로 낮아져 성장 잠재력도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를 통해 KDI는 “매칭효율성 제고 노력을 이어가되, 청년층의 구직 포기 확대를 막기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