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일교 고위 간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들을 단체로 입당 시켜 당 대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도 이러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 내역 등을 확보했다. 통일교 측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선을 그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팀은 2022년 11월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모씨와 전씨가 문자 메시지를 통해 국민의힘 당원 가입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앞서 전씨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이런 내용이 담긴 전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내용을 넘겨받았다. 두 사람은 이 대화에서 당직 선거 투표권을 갖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 권리당원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권리당원 만 명 이상’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얘기를 나눴다.
남부지검은 이 문자 메시지 내용들을 토대로 전씨와 윤씨가 당원 가입 의사가 없는 통일교 교인들을 국민의힘에 강제로 입당시켰을 수 있다고 보고, 정당법 49조(당 대표 경선 등의 자유방해죄)와 42조(강제입당) 등을 위반했는지를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당법 49조는 당 대표 경선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같은 법 42조는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전씨와 윤씨가 당대표 선거 여론조사에서 특정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만 검찰이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집단입당 여부를 본격적으로 수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대표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3차 전당대회는 전씨와 윤씨가 대화를 나눈 지 넉 달 뒤인 2023년 3월 치러졌다. 당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는 유승민 전 대표 등 비윤(석열)계 주자들의 반발에도 당직선거에서 ‘일반시민 여론조사 반영’을 완전히 삭제하고, 당원투표 비중을 100%로 올렸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대중성이 낮은 친윤계 김기현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선거를 설계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선거는 결국 김기현 후보가 52.93%의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마무리됐다.
전씨 측은 “윤씨와 당직선거에 개입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해당 후보가 당선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통일교 측은 “윤씨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