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투자] "SKT 해킹에 KT 유령기지국까지…" 통신주, 정말 방어주 맞아?

2025-09-15

[비즈한국] KT에서 벌어진 무단 결제 사고가 통신업계 전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초소형 기지국(팸토셀)을 이용해 가입자 정보를 빼돌리고 무단으로 소액 결제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통신망 보안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국가 기간 통신망을 관리하는 KT가 고객 보호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투자자에게 있어 보안 사고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주가가 받는 디스카운트도 불가피하다. 특히 통신업종은 사업 특성상 고객과 장기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안정성’이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그 ‘안정성’에 의문을 던졌다.

당장 KT는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과 사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차원의 규제 강화 논의도 불가피하다. 과징금 부과 가능성,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 인증 의무화, 보안 인프라 추가 투자 등은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일부 가입자들이 불안감을 이유로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킹 이슈가 아니라 여론과 정치권 반응에 따라 주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변수로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이번 KT 소액 결제 해킹 파장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긴 어렵다”며 “낙관적으로 보면 아직은 KT 고객들의 반발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요금 경감, 위약금 면제, 과징금 조치 없이 끝날 수도 있겠지만, 비관적으로 보면 SK텔레콤과 비슷한 수준의 큰 파장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에는 SK텔레콤과 달리 실제 금전적 피해를 본 고객이 존재한다는 점이 불안 요인이다.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거나 정치권에서 이슈화될 경우, SK텔레콤 때보다 더 큰 규모의 보상과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사례와는 다르게 실제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조사 결과와 추가 대응 여부가 이용자의 신뢰 회복과 비용 부담 등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모든 악재가 주가에 부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통신업계에서는 역설적인 현상이 종종 목격된다. 한 사업자가 보안 사고로 타격을 입으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되는 다른 사업자가 반사이익을 얻기도 한다. SK텔레콤은 지난 11일 자사 티월드몰에서 “SK텔레콤 고객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라며 공지를 올렸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KT가 적극적인 보상과 대대적인 보안 투자 발표로 ‘환골탈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흐름을 갖고 가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위기를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아직까진 견조하다. KT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배당도 확대됐다. 분기 배당금은 주당 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연간으로는 배당 수익률이 6%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KT는 2028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히며 주주환원 의지를 강조해왔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 49% 제한 규제로 인해 당장 소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매입은 가능하지만 소각할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법적 상한을 넘게 되기 때문이다. 제도적 한계로 소각 시점이 늦춰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통신주를 찾는 이유는 변함이 없다. 바로 안정성과 배당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돌려줄 수 있는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김홍식 연구원은 “내년까지 KT의 주주환원 규모 증가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보면 이번 악재 출현을 매수 기회로 삼는 전략을 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항상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이번 사건은 단기적으로 규제 강화, 비용 증가, 신뢰 훼손이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눈앞의 악재보다는 업종 전반의 본질적 가치를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될 것인가.​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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