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선수들이 가장 취약한 필드 플레이어 포지션은 어디일까. 가장 취약한 것은 좌우 풀백, 그 다음으로 약한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릴 때 재능이 가장 부족한 친구가 측면 수비로, 그 다음은 중앙 수비수,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형적인 수비수로 밀리기 때문이다. 반면 재능이 뛰어난 유소년들은 공격수, 미드필더를 맡는다. 어릴 때 발생한 재능 차이는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역대 유럽으로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윙포워드, 윙백이다. 손흥민(토트넘), 박지성은 윙포워드다. 이영표는 국내 프로팀에서는 3-5-2 시스템에서 윙백으로, 히딩크호에서는 3-4-3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유럽 프로구단에서 타깃형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등 센터라인을 점령한 한국 선수는 무척 드물다. 냉정하게 보면 황인범(페예노르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도만 그렇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일 동아시안컵 1차전 중국전에서 스리백을 가동했다. 김주성(서울), 박진섭(전북), 박승욱(포항)이 스리백 라인을 형성했고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이 좌우 윙백에 섰다. 김주성, 박지섭, 박승욱은 전형적인 수비수들이다. 이태석, 김문환은 풀백, 윙백, 측면 미드필더까지 겸하면서 공수가 모두 가능한 재원들이다. 한국대표팀은 최근까지 포백 라인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늘 문제가 된 포지션은 양쪽 풀백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다재다능한 슈퍼맨이어야 한다. 측면을 뛰면서 계속 오갈 수 있는 체력과 기동성, 개인 마크능력은 기본이다. 거기에 크로스뿐만 아니라 안으로 파고들 수 있는 드리블 능력, 슈팅력까지 요구된다. 안타깝게도 한국 풀백 중 그런 정상급 풀백은 없다.

풀백이 부족하면 어떻게 할까. 대처법은 두가지다. 풀백을 수비수로 주로 쓰면서 단순한 공격 가담만 요구하는 것, 다른 하나는 풀백을 쓰지 않은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법이다. 홍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 그건 한국 선수 중에는 측면 수비와 공격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수준급 사이드 미드필더, 측면 윙포워드들이 많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기본적으로 3-4-3 시스템을 쓰면서 수비시 5-4-1로 변하는 길을 택했다. 물론 중국이 상대적으로 약했지만 처음 쓰는 스리백치고는 견고했다. 홍 감독은 “지금 말씀드리기 성급한 감은 있지만, 스리백이 플랜 A가 될 수도 있고 플랜 B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리백이라고 수비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격 재능도 있는 수비수를 세우거나 윙백들에게 공격에 더 비중을 두게 하면 스리백도 공격적이 될 수 있다. 홍 감독이 “앞으로 어떤 선수가 (스리백 전술에) 수비적, 공격적 역할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 계속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부분이다.
홍 감독은 또 박진섭을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다. 현재 우리대표팀에는 김민재를 제외하고는 세계 정상급 공격수를 막아낼 만한 걸출한 중앙 수비수가 없다. 여러 선수들이 김민재 짝꿍으로 나섰지만 불안한 장면이 적잖았다. 박진섭은 전북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국내에서 뛰는 수비형 미드필더 중에는 박진섭이 위치선정이 가장 좋고 볼 클리어도 가장 확실하다”고 칭찬했다. 박진섭이 중앙 수비수로 연착륙한다면 김민재의 파트너 또는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홍 감독이 하는 스리백 테스트는 단기적으로는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겨냥한 실험인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한국 유스시스템의 약점을 시스템으로 메우려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