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예산처, 포퓰리즘 통로 돼선 곤란

2025-09-08

총리실 예산권 확보로 국정 과제 추진 동력 강화

무분별 확장 재정 경계를…예산의 정치화 막아야

기획예산처(예산처)가 부활한다. 지난 7일 확정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1월 기획재정부(기재부)를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두 부처를 통합한 지 18년 만이다.

신설되는 예산처는 국무총리 소속 장관급 기구로 각 부처 예산안 편성과 배분, 국회 심의 대응, 집행 관리 등을 맡는다. 정부 기금 운용과 재정 건전성 확보, 국가발전전략 수립도 담당한다. 기재부가 담당해 온 세제·금융·경제 정책·국고 기능은 재경부로 넘어간다.

당정은 예산과 정책 기능의 분리는 비대한 기재부 조직을 쪼개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제 정책 수립·조정과 세입·세출 등 기능이 과도하게 집중된 기재부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책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 뒤에는 국정과제 추진에 있어 정부의 재정 동원력을 강화하려는 속내가 읽힌다.

그간 나라의 곳간지기 역할을 맡아 왔던 기재부는 확장 재정을 선호하는 세력에는 늘 눈엣가시였다. 재정 투입을 통한 정책 등에 기재부가 제동을 걸며 갈등이 반복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기재부가 재정도 컨트롤해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예산 편성권을 대통령실로 이관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바 있다.

예산처가 총리실 산하로 들어가면 예산권을 바탕으로 각 부처 정책을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고, 정부의 역점 사업 추진 동력도 강화될 수 있다. 문제는 예산과 재정의 정치화다. 예산 편성과 관련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문 관료의 견제와 보완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 자칫 각종 선심성 사업에 재정이 무분별하게 투입될 위험이 커진다. 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에 재정이 휘둘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향후 4년간 국가부채가 487조원 늘어날 전망이다.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원으로 편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재경부)과 세출(예산처)을 담당하는 부처가 쪼개지면 재정 총량 관리에서 엇박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무엇보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예산처가 고삐 풀린 확장 재정의 통로로 전락하지 않도록 국회와 재정 당국의 견제·감시 체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재정은 미래 세대의 삶을 좌우하는 약속이다. 예산처 부활이 나라 곳간을 흔드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건전 재정 원칙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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